與 게시판에 "권성동 아웃" 도배.. 尹 '내부총질' 문자 후폭풍

김주영 2022. 7. 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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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속내가 엿보인 일명 '내부총질' 문자 메시지의 후폭풍이 27일 거세게 이어졌다.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대화를 한 당사자인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연이틀 공개 사과를 했으나, 당 홈페이지에는 권 직무대행의 사퇴 등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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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토사구팽' 논란 일파만파
權 "심려 끼쳐 송구" 연이틀 사과
당내선 "사퇴" 요구 등 비난 쇄도
'원톱' 직무대행체제 중대 위기로
차기 당권 경쟁 재점화할 가능성
대통령실 "李, 오해하지 않을 것"
李 "오해 없이 명확히 이해" 반박
의미심장 사자성어 '양두구육' 써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속내가 엿보인 일명 ‘내부총질’ 문자메시지의 후폭풍이 27일 거세게 이어졌다.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대화를 한 당사자인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연이틀 공개 사과를 했으나, 당 홈페이지에는 권 직무대행의 사퇴 등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빗발치고 있다. ‘원톱’ 권 직무대행의 리더십이 중대 위기를 맞으면서 차기 당권을 둘러싼 패권 경쟁에 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여기에 침묵을 지키던 이 대표까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내면서 집권여당의 내홍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된 것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권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적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유출·공개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원·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다만 권 직무대행은 “그(윤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에 대한 질문은 확인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며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 직무대행이 휴대전화로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대화에서 윤 대통령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이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지칭했다. 곧장 이 대표 징계에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냔 의혹이 확산했다. 그러자 권 직무대행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잘못”이라면서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거듭된 권 직무대행의 사과에도 당내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홈페이지는 “권성동 out(나가라)”, “사퇴하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토사구팽했다”는 등의 게시글로 도배됐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문자에서 쓴) 표현은 차치하고서라도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게 거짓으로 드러난 점이 더 충격”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온라인 소통채널 ‘청년의꿈’에서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느냔 물음에 “대통령도 사람입니다”라고 답하며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최영범 홍보수석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문자 메시지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권 직무대행이 일명 ‘9급 공무원’ 발언에 이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차기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당권 도전이 유력시되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자신이 만든 의원 모임 ‘새로운미래 혁신24’ 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떤 경위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자가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론 카메라에 대통령과 대화하는 장면이 찍힌 권 직무대행을 우회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취임 100일 정도 된 권 직무대행이 사과만 세 번을 했다’는 지적엔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긴 하지만, 여기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마찬가지로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경기 평택시 코로나19 백신 물류센터를 방문했고, 오후에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에너지 안보 세미나’에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권 직무대행의 대화가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설명하며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돼 국민과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외부 일정 때문에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오전 11시20분쯤 청사로 복귀할 때도 1층 현관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그대로 지나쳐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문자에서 쓴 표현이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뜻’을 의미한 건 아니라며 “특별히 이 대표도 오해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전혀 오해의 소지가 없이 명확하게 (윤 대통령의 뜻을) 이해했다”며 “못 알아들었다고 대통령실이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울릉도를 방문 중인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그 섬(여의도)에서는 카메라가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가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를 받아와서 판다”며 “이 섬(울릉도)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고 밝혔다.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을 동원해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는 모양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제가 오래 전부터 (국민의힘의) 이 대표 제거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공동작품이라고 했는데 사실로 확인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민의힘 권력 싸움에 깊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우 위원장은 “이런 대통령에게 희망이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민생과 경제에 전념할 것을 촉구했다.

김주영·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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