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경찰 회의' 철회했지만 불씨는 남아.."이젠 국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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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30일 열릴 예정이었던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제안 하루 만에 취소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회의 철회를)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오해와 갈등을 모두 풀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는 경찰이 되기 위해 저를 비롯해 모든 14만 경찰이 합심해서 최선을 다해야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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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강행 의견에 소규모 개최 가능성은 있어
'이제는 국회가 해결해야' 간부들이 여론 조성
행안위원장이 국민의 힘..여야 공방 예상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30일 열릴 예정이었던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제안 하루 만에 취소됐다. 일각에선 소규모 회의라도 강행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일선 경찰과 정부의 갈등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특히 26일 경찰국 신설안이 담긴 대통령령(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찰 회의를 주도하던 주요 경찰관들이 “더는 장외가 아닌 국회의 시간”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사실상 ‘출구전략’을 택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14만 전체 경찰회의’ 확대 개최를 제안한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27일 경찰 내부망에 회의를 자진 철회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 경감은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 의견 표명은 화풀이는 될지언정 사회적 우려와 부담을 줘 경찰 전체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철회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국회가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대해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반전된 배경엔 “더는 자제하자”는 간부들의 역할이 컸다.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에 대한 대기발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쿠데타” 발언으로 경찰 내 여론은 들끓었지만, 류 총경이 26일 오후 늦게 추가 회의 개최에 부정적인 의견을 경찰 내부망에 올리면서 강경 여론에 제동을 걸었다.
총경 회의 현장에 참석했던 한 총경은 “총경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서 이미 총경 회의로 충분히 경찰국 문제를 국민들에게 환기시킨만큼 더는 구성원들이 감찰을 받고 조직이 ‘사분오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것으로 입장이 모였다”고 말했다. 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황정인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장도 이날 내부망에 “총경회의는 입법예고 기간에 열렸으며 의견을 제시한다는 명분이 충분했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해 법령으로 성립한 이상 경찰관으로서는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며 “경찰청이 모임 금지 지시를 내렸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일부 경찰관들이 여전히 회의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어 회의가 소규모로 열릴 가능성은 남아있다. 앞서 전국 지구대장, 파출소장 회의를 제안했던 류근창 경감은 <한겨레>에 “당초 예고된 경찰인재개발원이 아닌 다른 장소를 선정해 100명 이하 인원이 참석하는 규모로 생각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경찰은 국회에 공을 넘겼지만,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그 과정에서 기존 반발 목소리는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법률을 위반한 시행령은 국회가 정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위법적 시행령임을 확인하고 정부에 시정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행안위원장이 국민의힘 이채익 위원이라는 점은 걸림돌이다. 민주당은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청구 등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전체 경찰 회의가 사실상 무마 됨에 따라 극단적인 갈등은 피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당장은 회의가 취소됐지만 향후 회의에 관여한 사람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 등이 노골적이라면 언제든 다시 반발이 커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회의 철회를)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오해와 갈등을 모두 풀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는 경찰이 되기 위해 저를 비롯해 모든 14만 경찰이 합심해서 최선을 다해야할 때”라고 밝혔다. 다만 국회 입법을 통한 경찰국 설치 철회 주장에 대해선 “가급적 내부 일을 정치 이슈화하지 말고 내부 지혜와 역량 모아서 스스로 해결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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