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대체근로 확대로 勞使균형 맞출 필요

김희래 2022. 7. 27. 17: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체근로 확대' 경영계 요구 커진 배경은
美는 대체근로 전면 허용
日·佛은 신규채용 방식으로
한국만 유독 엄격하게 제한
ILO 협약 발효된 이후로는
구조조정 반대 파업까지 가능
힘의 균형 노조로 기울어져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 일수
한국은 39일..日은 0.2일뿐

◆ 尹정부 노동과제 ◆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51일간에 걸친 불법 파업이 끝난 지난 25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작업자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전국노동자대회·조합원 총궐기·대국민 민중대회 등 권력화한 노조의 관행적 파업은 노사관계에 있어 공생을 가로막는 고질적 문제로 지목돼왔다. 특히 올해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29호(강제근로 협약)·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가 발효되면서 노사관계의 불균형이 더 확대된 상황이다.

그동안 단체교섭이나 파업·태업 등 단체행동은 근로조건과 연관된 경우에만 가능했지만 ILO 협약 3개 조항이 발효되면서 노동법 개정 반대 파업이나 기업 구조조정 반대 파업 등이 가능해졌다. 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기업의 경영·인사권 행사에 관여할 개연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경영계의 '대체근로 허용 범위 확대' 건의를 업무보고에 포함한 것은 "대체근로 규제가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사용자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현저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경영계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노조의 잦은 파업은 기업의 직접적인 경제 손실뿐 아니라 대외 신인도 하락, 기업 이미지 훼손 등 간접적 손실까지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현행법 규정은 그동안 노조 권한을 지나치게 보호해 관행적 파업을 벌이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한국의 파업은 해외 주요국 대비 현저히 잦은 편이다. 이미 민주노총은 올해에도 오는 9월 투쟁 결의대회, 11월 조합원 총궐기 대회, 12월 노동 개악 저지를 위한 대국민 끝장 투쟁 등 줄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ILO 통계에 따르면 파업에 따른 한국 임금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는 38.7일로 일본(0.2일) 대비 193배나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이 극심했던 2020~2021년을 제외하고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근로손실일수를 연평균으로 계산한 수치다. 특히 일본 외에도 독일(6.7일) 미국(7.2일) 영국(18일) 등 주요국 모두 한국의 절반 이하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손실일수란 파업으로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나타낸 지표다. 1일 근로시간(8시간) 이상 조업이 중단된 노사분규 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출하는데, 1일 단위로 파악해 합산한다.

한국의 근로손실일수가 해외에 비해 유독 높게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파업 중 대체근로 제한 규정'과 노조의 사업장 불법 점거에 대한 공권력의 미온적 대처가 꼽힌다. 이 같은 환경이 노조의 관행적 파업을 되레 유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주요국 중에는 한국처럼 대체근로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 대체근로 금지 규정이 없으며 경제적 파업에 대해 일시적·영구적으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독일은 신규 채용·하도급을 통한 대체근로를 허용한다. 프랑스와 일본도 신규 채용을 통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 만연한 노조의 불법 파업도 풀어야 할 과제다. 대체근로가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점거농성 등 노조가 불법 파업에 나설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공정을 가동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일례로 지난주 노사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의 경우 선박 진수를 하지 못하게끔 도크를 점거하는 형태로 진행돼 대체인력이 투입돼도 기업 손실을 막을 수 없는 구조였다. 이 파업은 대우조선해양 측에 8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끼친 채 마무리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4~5월 울산 내 주요 조선·엔진기계 작업장의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했고, 전국택배노조는 지난 2~3월 CJ대한통운 본사를 19일간 불법 점거하기도 했다.

지난 정부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도 "노사분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불법 사태를 관망한 적이 많았다. 결국 새 정부에서 향후 대체근로 허용 범위 확대 등 규제 개혁에 나선다고 해도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공권력 집행이 뒷받침될 때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김철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팀장은 대체근로 확대와 관련해 "범위 확대가 이뤄져도 사업장 점거 등 불법 행위 엄단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핵심 사업장을 불법 점거해 생산 현장을 마비시키면 대체인력을 투입할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주52시간제 개편, 임금 이중구조 개선 등 굵직한 노동 개혁 과제에 발을 들여놓은 만큼 파급력이 큰 대체근로 확대 문제는 노사 기류를 살펴 추진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석열 정부는 노사분규와 관련해 '노사 자율 해결에 맡기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이 51일 만에 종료된 직후 브리핑을 열고 "불법 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김희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