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서 나온 출처불명 거액..'수입대금' 포장해 홍콩 송금
대표끼리 친인척 경우도 있어
금감원 "동일집단으로 추정돼"
홍콩·日·美·中법인에 돈보내
신용장 없이 송금하는 방식 써
가상화폐 시세차익 자금 의혹
김치프리미엄 높았던 기간겹쳐
코인 현금화 길 막힌 중국 등
해외 범죄자금 현금화 의혹도
◆ 수상한 해외송금 ◆
올해 초 폐업한 가상자산 투자업체 A사는 지난해 4월 국내와 해외 거래소 간의 가격 차이인 김치프리미엄이 20%에 달했을 당시 환차익 거래(아비트라지)를 통해 무위험으로 매달 수익률 100% 이상의 큰 이익을 거뒀다. 인공지능(AI) 봇을 활용해 순간적으로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거래소 간 코인을 송금해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코인을 보유하는 기간도 매우 짧아 투자 위험이 0에 가깝다. A기업은 트래블 룰 등으로 송금이 제한되기 전까지 높은 수익을 챙겼다.
금감원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자금을 이체받은 무역법인이 해외로 4조1000억원을 송금한 사실을 파악하자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A사의 경우처럼 가상화폐를 이용한 환치기 또는 불법 범죄자금 현금화 등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의 이번 조사는 대규모 해외 송금과 관련한 시중은행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만 한정돼 실체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반쪽짜리' 조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코인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실시하는 검사 수준으로는 가상자산을 통한 환치기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에서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그중 환치기는 가상자산 투자업체 A사의 사례와 비슷하다. 코인을 이용한 환치기 방식은 간단하지만 쉽지는 않다. 해외에서 코인을 구매해 한국으로 보내서 판매하면 된다. 이를 통해 이득을 보려면 구매가 여러 번 이뤄져야 한다.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반대로 한국에서 가격이 낮거나 비슷한 코인도 찾아야 한다. 그런 코인을 사서 해외로 보내야 지속적으로 환차익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통 거래가 많이 발생하는 상승장에 이러한 환차익을 노리는 거래들이 이뤄진다. 거래가 많이 발생할 때 국내 거래소에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활발해져 해외 거래소와의 종목별 가격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들여다보고 있는 이상 외환 거래가 이뤄졌던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김치프리미엄이 3% 이상 발생한 기간은 지난해 3월 말부터 7월, 9월부터 12월, 올해 5월 정도다. 해당 기간에 환치기가 집중됐을 가능성이 크다. 해당 기간은 비트코인이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하던 시기와도 겹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범죄자금의 현금화 통로로 한국거래소를 활용하는 것이다. 주변 국가들이 코인의 현금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이 이러한 시나리오가 힘을 받는 배경이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중국 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정책을 밝힌 이후 가상화폐 거래소의 중국인 대상 서비스가 완전히 종결됐다. 북한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 북한과 인접 국가이고 가상자산 거래량도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 11조원을 웃돌았다. 현금화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특히 북한과 관련된 자금세탁 금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자금세탁용 코인 기술 '믹서(Mixer)' 사용량이 지난 4월 19일 5180만달러(약 676억7000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77.0%가 북한과 관련됐다. 이 같은 배경에서 코인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준 은행들에도 결국 책임이 부과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 코인을 원화로 환전해 인출하기 위해선 실명계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은행에선 1회당 평균 17억원 정도의 외화 송금이 이뤄졌고, 신한은행에선 평균 20억원 규모의 외화 송금이 이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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