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약탈' 논란 맞춤형 광고, 페북만이 문제 아니다
서비스 바깥 '앱' '웹'의 작은 행동까지 추적해 광고에 활용
공정위 '맞춤형 광고 선택권 보장' 입법예고 했으나 지지부진
'맞춤형 광고'와 '일반 광고' 선택권 주거나 동의 절차 엄격화 필요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그냥 동의한 것 같다. 뭔지 모르고. 이용 못 한다고 하니까 동의했다. 그런 정보들 수집하는 줄 알면 동의 안 했다. 왜 그걸 페이스북이 가져가나? 그건 너무 지나친 것 같은데.” (직장인 A씨)
“아직 동의 안 했다. 찜찜해서 그냥 알림 화면을 꺼버렸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고, 인스타는 계속 그 알림창이 나오면 끄고 있다. 근데 동의 안 해서 앱을 못 쓰게 되면 동의하게 될 것 같다. SNS 사용해야 하니까. 그런 데 너무 황당하다.” (직장인 B씨)
“동의해야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으니 자연스레 해버린 것 같다. 내가 무슨 앱을 사용하는지, 거기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수집하는지 몰랐다. 나쁘다.” (직장인 C씨)
페이스북이 가져가는 정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제시한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필수]'에 동의하지 않으면 8월9일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이용할 수 없다. 이 같은 메타의 정책을 모르고선 동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메타가 제시한 기한까지 무작정 동의를 미루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알림 화면 첫 페이지만 봐선 무슨 정보를 가져간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페이스북은 △맞춤형 광고를 위한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 △국가의 정부 기관, 수사기관, 분쟁 해결 기관 등에 개인정보 제공 △전 세계 지사, 데이터센터 및 파트너(메타의 협력업체) 비즈니스에 개인정보 이전 △위치 기반 서비스 등을 필수 동의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육안으로 찾아보기 힘든 '더 알아보기'를 클릭하면 맞춤형 광고를 위한 정보 제공 현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메타는 △기기 정보 △방문 웹사이트와 쿠키 데이터 △사용하는 앱 △플레이하는 게임 △구매 및 거래 △인구 통계학적 특성(예: 학력) △조회한 광고 및 상호작용 방식 △회원님이 만드는 콘텐츠(게시물, 댓글, 오디오) △ 보거나 상호작용하는 콘텐츠의 유형 및 상호작용 방식 △ 사용하는 앱과 기능 및 회원님이 해당 앱과 기능에서 취하는 행동 △신용카드 정보를 비롯해 회원님의 구매 또는 기타 거래 정보 △ 사용하는 해시태그 등을 '맞춤형 광고'를 위해 수집하고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 글, 댓글을 수집하는 건 물론 페이스북 '외부'의 활동인 앱 활동까지 추적한다. 쿠팡에 접속해 특정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고 장바구니에 담는 행동, 배달의민족 앱을 켜고 어떤 음식을 검색하고 주문하는 지까지 하나하나 수집하고 있다.
'맞춤형 광고'는 '이용자'를 위한 필수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까.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페이스북 수입의 90% 이상이 광고다. 광고를 많이 끌어들이려면 광고 효과가 있어야 한다. 맞춤형 광고를 제대로 하려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보라미 디케 변호사도 “이용자와 직접 연관된 서비스라면 이용자의 이익과 부합한 서비스여야 한다. 사실은 메타에서 말하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광고 기반인데, 이는 이용자의 이익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독일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설명했다.
2019년 2월 독일 연방카르텔청은 페이스북이 제3자로부터 수집된 개인정보를 이용자 동의 없이 수집하고 처리하는 행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 남용행위로 보고 경쟁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페이스북은 불복했지만, 독일 연방대법원은 2020년 6월 연방카르텔청의 판단이 옳다며 “(메타가) 이용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집중화된 개인화 서비스를 강요하고 있고, 이용자 선택의 부재는 이용자가 원치 않을 수 있는 급부의 제공이 강요될 수 있다”며 필요한 한도를 넘어 개인정보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계약조항은 이용자의 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맞춤형 광고 페이스북만의 문제 아냐
개인정보를 수집해 활용하는 맞춤형 광고 논란은 갑자기 불거진 이슈가 아니다. 메타는 이미 페이스북 앱은 물론 외부 앱까지 추적해 광고에 활용하고 있었고, 뒤늦게 '동의' 절차를 밟으려는 것이다.
메타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맞춤형 광고는 '검색 기록' '시청열람기록' 뿐 아니라 '위치 정보' '기타 앱을 통한 활동 정보'까지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구글의 '광고개인 최적화' 설정란을 보면 개인을 세부적으로 추정해 '프로파일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정보는 이용자가 스스로 입력한 게 아니라 구글, 유튜브는 물론 외부 활동까지 추적한 결과다. 실제 사례를 보면 '연령'(25~34세) '취미'(게임, 사이클), '자녀 유무'(자녀 없음) '결혼 여부'(미혼) '학력'(학사) '소득'(가계수입 중위) 등이 뜬다. 구글과 유튜브 검색, 영상 시청기록은 물론 어떤 앱을 쓰는지, 어느 장소에 주로 방문하는지까지 추적해 만든 데이터다. 여기에 위치정보를 연계해 이용자가 주로 축구장에 방문한다면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관련 광고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정도는 덜하더라도 맞춤형 광고는 국내 포털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오병일 대표는 “네이버 등도 맞춤형 광고를 하고 있다. 맞춤형 광고에는 검색 광고, 배너 광고 등이 있다. 어쨌든 이용자의 특성에 따라 다른 광고를 보여주는 건데, 똑같은 사이트를 들어가도 사람마다 다른 광고가 뜬다”며 “사람들은 내가 이 사이트 들어갔다가 저 사이트 들어갔는데도 계속 똑같은 광고가 나오는지 의문을 갖는다. 누군가 나의 관심사와 검색 결과를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논의 지지부진, “맞춤형 광고 선택권 줘야”
이 같은 개인정보 수집 행위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3월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당시의 입법예고안을 보면 온라인판매사업자는 소비자의 기호, 연령, 성별, 소비습관, 구매내역 등의 특징에 따라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거나 재화 등을 추천(이하 맞춤형 광고라 한다)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과 방법을 사전에 소비자에게 고지하고, 맞춤형 광고의 수신 여부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관련 논의는 적극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유럽의회는 구글, 메타, 애플 등 대형 IT기업의 독점적 관행을 금지하는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DSA)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표적 광고에 대한 제한이 들어있는데, 광고 목적으로 개인 데이터 처리에 대한 동의를 거부한다고 해서 플랫폼 기능을 비활성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의회 차원에서 규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페이스북 사태로 국내 IT업계들도 예의주시할 것이다. 한국도 법안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네이버도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맞춤형 광고로 변화시키려고 한다”며 “미국에서는 이를 감시 광고라고 부르며 의회 차원에서 규제하려고 한다. 유럽연합은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됐다. 한국은 정부 발의가 좌절된 상황이고, 다수 의원이 법안 발의를 한 건 소비자 불만이 많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여경 상임이사는 이어 “맞춤형 광고 대신 일반 광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해서 받아야 한다”며 “광고를 뜨게 하되 무작위로 개인정보를 이용하지 말라는 거다. 쓰려면 적어도 개인이 알고 선택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은 맞춤형 광고를 선택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강한 투명성을 주장하고, 침해적 맞춤형 광고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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