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만에 5년치 수출 달성한 K방산..세계 톱5가 보인다

이유섭,원호섭,김성훈 2022. 7. 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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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방산외교 첫 결실
연초 UAE·이집트 낭보 이어
올해 누적 수출 25조원 넘어
연간 목표액 2배 훌쩍 넘겨
현대로템 K2전차 첫수출 쾌거
FA-50 경공격기는 유럽 진출
세계 9위 K방산 위상 높아져

◆ 사상최대 무기 수출 ◆

폴란드 정부와 한국 방산 업체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 현지 국방부에서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현호 KAI 사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 세바스티안 흐바웨크 PGZ 회장. [바르샤바 = 국방부공동취재단]
정부와 국내 주요 방산 업체들이 19조원(약 145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수출을 성사시킴으로써 우리나라 방산수출 역사에 신기원을 열게 됐다.
올해 들어서만 누적 방산수출액이 25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사상 최대치(9조5000억원)를 기록했던 작년 수출 실적의 2.5배가 넘는 규모이자 최근 5년치 수출을 모두 합한 것과 비슷하다. 당초 정부와 방산업계에선 올해 방산수출액이 100억달러(약 12조5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는 '잭팟'이 폴란드에서 터진 셈이다. 지난 1월 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화디펜스가 아랍에미리트(UAE)와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 수출 계약을 맺었고, 2월엔 한화디펜스가 2조원대 규모의 K9 자주포를 이집트에 판매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폴란드 수출 계약을 계기로 글로벌 방산업계에서 'K방산'의 위상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한국 방위산업 경쟁력 변화 비교'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은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보유했지만, 방산수출은 9위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들어 연달아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미국·러시아·프랑스·독일·중국 등 '세계 방산 빅5'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 업체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록이 여럿 나왔다. K2 흑표전차를 만든 현대로템은 사실상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기 완제품을 수출하게 됐다.

전차는 현대로템의 주력 제품군이다. 1984년 K1 전차를 시작으로 1997년에는 이를 개량한 K1A1 전차를 개발해 선보였다. 2008년 터키에 K2 전차 기술을 수출하는 4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긴 했지만, 초기 개발 단계에 소요되는 부품을 만들어 보낸 것이기 때문에 완제품 수출과는 거리가 있었다.

과거 필리핀과 이라크에 FA-50을 판매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번에 폴란드 시장을 뚫으면서 유럽·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처음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안현호 KAI 사장은 "중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FA-50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유럽은 미국만큼 중요한 시장으로 유럽 수주를 바탕으로 국산 항공기 1000대 수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방산업계는 앞으로도 추가로 방산수출 '낭보'가 들려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최대 20조원에 달하는 호주 육군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 미래형 장갑차 '레드백'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레드백은 지난해 호주 육군의 최종 시험평가를 끝냈으며 3단계 사업의 최종 2개 후보 기종 중 하나로 압축된 상태다. 호주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는 연내에 선정될 예정이다. 특히 한화디펜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험지 돌파 능력이 뛰어난 궤도형 장갑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지난달 유럽 방산전시회에 처음으로 실물 전시를 하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로템의 K2도 노르웨이에서 독일의 레오파르트2 전차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르웨이 육군은 현재 갖고 있는 레오파르트2A4 전차를 대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예산 2조6000억원을 투입해 신형 전차 50여 대를 현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은 폴란드에서도 레오파르트2와 경쟁을 벌였다"며 "이번 계약을 기반으로 유럽 내에서 입지를 보다 단단하게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직 안보부처 고위 당국자는 "미국 육해공군의 무기 교체 사업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세계 방산업계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미국이 최첨단 무기 개발에 주력하면서 최대 50조원대인 M2 브래들리 장갑차 교체 사업도 해외 방산 기업이 맡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부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유럽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자국 무기체계를 재점검하고 국방 예산을 늘리면서 방산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사실상 대규모 수출이 성사된 폴란드에는 방산 협력을 전담할 무관을 별도 파견할 예정이다. 국방부도 지난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주요 국가와 방산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방산 업무 전담 무관 파견을 통해 방산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5년간 세계 3~4위권 방산대국을 목표로 적극적인 수주전을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섭 기자 / 원호섭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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