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못 만났지만 아버지 자랑스러워".. '완공' 한국전 추모의 벽 찾은 유가족 [르포]
“저는 아버지를 한번도 실제로 보지 못했어요. 제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는 전쟁에서 실종됐어요. 아버지는 아기가 생겼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것이 전부였어요. 아들인지 딸인지도 몰랐죠.”
6·25전쟁에 참전해 경기도 연천 천덕산 폭찹힐 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도널드 던도어 미국 육군 상병의 딸 데니스 바처씨(69)가 미국 워싱턴 한국전참전기념공원 추모의 벽에 새겨진 아버지의 이름을 안타까운 듯 내려다보며 말했다.
한국 국적의 카투사 전사자 고 한상순씨의 아들 신희(72)씨도 이날 추모의 벽을 찾아 아버지의 이름을 확인했다. 아버지는 1952년 5월 제주 모슬포 제일훈련소에서 군사교육 후 던도어 성명과 마찬가지로 7사단 17연대에 배치돼 폭찹힐 고지 전투에서 1953년 7월10일 전사했다. 한상순씨도 22세 때다.
신희씨는 이날 추모의 벽에 새겨진 아버지의 이름을 연필로 탁본했다. 그러면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너무 기뻐하실 것”이라며 “혼을 풀어드린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추모의 벽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미군과 함께 외국군 전사자 이름이 새겨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 5월 착공돼 15개월 만에 준공된 추모의 벽은 미군 전사자 3만6634명, 카투사 전사자 7174명 등 모두 4만3808명의 이름이 대리석 100장에 각인됐다. 1995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이 설립됐지만 전사자 이름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추모의 벽 건립 사업이 추진됐다. 2016년 10월 미국 상원에서 추모의 벽 건립 법안이 통과됐지만, 예산 확보 문제로 사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국가보훈처와 KWVMF, 재향군인회, 삼성과 현대 등 국내기업, 국민의 성금으로 예산을 마련했다.
틸럴리 이사장은 이날 유가족 추모행사에서 “오늘 처음으로 여러분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공개한다”면서 “여러분은 큰 희생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여러분과 함께 늙어 갈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고 유가족에게 감사를 표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포화 속으로 뛰어든 영웅들의 헌신을 잊지 않고 있다”며 “그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4만3808명의 이름을 새겨 추모의 벽을 건립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국전 참전용사 정전협정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포고문을 내고 한·미 관계가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의 토대였다면서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3만6000명이 넘는 미군과 그들과 함께 싸운 7000명 이상의 한국군 장병들이 함께 전사했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한국 전쟁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국가에 대한 봉사와 우리의 이상을 가능하게 한 모든 것을 기린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은 매년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에 맞춰 포고문을 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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