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건설 근로자 5년새 반토막.."수주해도 일할 사람 없어"

노해철 기자 2022. 7. 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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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중동붐 이끄는 K건설]
<하> 해외진출 발목잡는 규제 대못 뽑아야
작년 해외 한국인 근로자 9402명
2016년 1만8441명서 절반 줄어
해외근무 기피에 인력 확보 난항
중대재해법·52시간 규제도 발목
인력난에 공기지연·품질저하 우려
"규제 풀어야 수주경쟁력 살아나"
[서울경제]

정부가 해외건설 수주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해외 현장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와 열악한 해외 근무를 기피하는 분위기로 현지의 한국인 근로자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이 쪼그라들면서 일감도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인력을 감축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력 부족은 공기 지연, 공사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만큼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건설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27일 해외건설협회와 건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건설 현장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근로자 수는 9402명으로 집계됐다. 해외의 국내 인력이 1만 명을 밑돈 것은 2008년(9637명)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2016년 말 1만 8441명이던 인력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면서 5년 만에 반 토막으로 급감했다.

건설 업계에서는 해외 사업장에서 △현장 인력 부족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 근로제도 등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해외 사업을 수주하더라도 현장에 투입할 전문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 현장 상당수가 중동·아프리카·동남아시아 험지로 근무 환경이 열악한 반면 인센티브는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근로자 안전 등을 이유로 퇴근 이후에도 자유로운 생활이 제한되는 현장 여건은 개인의 삶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MZ세대 직원의 성향과도 대치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해외 근무를 하면 국내 근무자보다 2배 이상 많은 임금을 받았는데 지금은 1.4배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가족 생활비에 세금까지 내고 나면 만족할 만한 혜택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결혼 생활을 시작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직원들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점에서 해외 근무를 꺼린다”며 “3개월 근무하면 2주가량 휴가를 제공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마저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외 현장에까지 적용되는 각종 규제도 건설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인력 감축에 나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1월 말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적이다. 건설 업계는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사업주가 책임질 수 있다는 자체적인 해석에 따라 한국인 근로자 파견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는 효율적인 업무 수행과 공사 품질을 저해하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 근로자는 주로 현지 발주처와의 현안 조율과 현장 관리·감독 역할을 담당하는데 전문성을 갖춘 국내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는 현지 인력을 확보하더라도 국내 인력의 역량에 준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미 현지 기준에 맞춰 안전 조치를 하고 있는데도 국내 규제까지 더해져 건설사들의 비용 부담만 커지고 있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현장은 이미 각 국가와 현장·발주처에서 요구하는 안전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며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으로 추가적인 안전 조치를 하다 보니 공사 원가가 더 오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역시 수주 경쟁력 저하를 부추기는 규제로 꼽힌다. 국가별 기후·정치·종교 상황에 따라 공사 진행이 불가능한 날이 많은데 근무시간까지 제한하고 있어서다. 동남아 지역의 우기와 폭염, 중동 지역의 라마단 기간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기간에 밀린 작업을 수행하려면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주 52시간제가 가로막고 있어 공기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해외건설 수주 지원을 위해서는 현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및 주 52시간제 적용을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당장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가 어렵다면 현재 90일로 제한하고 있는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180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며 “해외 현장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하고 국내 건설사의 수주 경쟁력 제고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해외건설 수주 지원을 위해 현장에 적용되는 규제를 완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 업계에서 건의한 규제 개선 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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