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나 팔테니 너도 팔아'..카카오모빌리티 매각 가를 '드래그얼롱'
임직원 반대에 추진 보류 새국면
투자자들 드래그얼롱 여부 관심
엑시트 움직임 본격화 핵심 변수
가격이 변수..가느냐, 서느냐 기로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분 매각 사실 공론화 이후 회사 임직원들이 ‘사모펀드에 파는 것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다. 반대 여론이 가시지 않자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카카오(035720) 측에 매각 추진 보류를 요청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매각 협상을 없던 일로 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 권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투자 당시 카카오와의 계약 조건에 ‘지분을 팔 때 대주주도 같이 팔아야 하는 권리’를 포함했을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서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매각이 아닌 FI들이 주도하는 매각이라고 점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드래그얼롱은 투자자가 보유지분 매각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을 묶어 함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쉽게 말해 ‘나 지분 팔테니 너도 팔라’는 것이다. 지분 투자자가 지배 주주 지분까지 끌고 와서 매각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대주주가 지분을 팔 때 소수 지분 투자자들의 지분도 같이 팔 수 있는 ‘태그 얼롱’과는 성격이 다르다.
물론 드래그얼롱이 아무 때나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 유치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항으로 삽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컨대, 양측이 정한 기한 내 기업공개(IPO) 등 수익실현 통로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엑시트(자금회수) 수단으로 드래그얼롱 조항을 넣는 경우가 많다.
이는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펀드를 만들고 정해진 기한(보통 5~10년)내 수익을 내야 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숙명과도 맞닿아 있다. 5년이고 10년이고 기다려줄 수 있는 PEF 운용사들은 사실상 없다. 거금을 투자해 주는 조건으로 혹시 모를 위험요소를 헷지(회피) 하기 위한 장치라고 봐도 무방하다.
주주 간 계약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행보를 보면 드래그 얼롱 작업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완전히 손을 털고 나가는 ‘바이아웃’(경영권 매각)이 아닌 ‘10%대 지분 매각을 통한 2대 주주 지위 유지’라는 행보가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달 초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카카오는 메신저 회사라 택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발언과도 맞지 않는다. 메신저 회사의 택시사업이 중장기적으로 아니다 판단했다면 완전 매각을 선택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맞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카카오에 15% 수준의 지분을 인수하고 TPG컨소시엄과 칼라일 두 외국계 FI들의 지분까지 모두 사들이며 최대주주 지위를 꿰차는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TPG컨소시엄과 칼라일이 지분 매각을 위해 드래그얼롱을 행사했고, 카카오가 15% 지분 매각에 동참했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임직원의 바람처럼 매각 논의를 없던 일로 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복잡한 사정이 자리하고 있다.
관건은 가격 협상이 얼마나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느냐다. TPG컨소시엄은 지난 2017년 5000억원을 투자하며 올해로 투자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당시 1조6000억원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5000억원을 투자해 2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몸값 8조5000억원을 인정받으며 10조원 밸류에이션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FI들이 몸값 낮추기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변수다. IPO 시장이 어수선하고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정치권 지적은 여전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순순히 팔기엔 아까운 투자처다.
결국 매각가가 협상을 가를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하는 가격만 맞춰진다면 지분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반대로 가격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장기화 조짐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드래그얼롱 행사가 사실이라면 엑시트 하려는 FI와 새롭게 투자자로 참여하려는 MBK파트너스간 가격 협상이 제일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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