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은행서 4조원대 '수상한 해외 송금'..검찰 수사

전슬기 2022. 7. 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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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4조원대 수상한 해외 송금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이 외 외화송금의 경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흘러들어오는 자금과 일반적인 상거래를 통해 들어온 자금이 섞여서 해외로 송금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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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영세업체에서 대규모 이상 외화송금
가상자산거래소→업체→해외법인 '자금 이동'
가상자산 환치기, 불법 자금 세탁 등 의심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27일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검사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4조원대 수상한 해외 송금이 발생했다. 자금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을 거쳐 해외로 빠져나갔다. 금융감독원은 다른 은행에도 이상 거래가 있는지 추가 검사에 나섰으며,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송금된 돈이 불법 자금 세탁 등에 쓰였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잠정)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확인된 이상 외화송금 거래 규모는 총 4조1천억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5개 지점에서 931회에 걸쳐 총 1조6천억원의 해외 송금이 발생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1개 지점에서 총 2조5천억원의 외화송금이 1238회 이뤄졌다.

해당 거래가 수상한 것은 업체 규모에 비해 송금액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최근에 신설됐거나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 약 22곳(중복 제외)에서 귀금속, 반도체, 화장품 등 수입 대금 명목으로 대규모 해외 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물품을 받기 전 대금을 전액 지급하는 사전 송금을 활용했다. 사전 송금은 수출입 신고 등 특별한 증빙 서류 없이 송장만으로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거래 구조는 두 가지 방식으로 파악된다. 외화송금 대부분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국내 무역법인의 대표이사 등 다수의 개인 및 법인으로 유입됐다. 이후 자금은 무역법인 계좌에서 수입대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해외 법인에 입금됐다. 이 과정에서 대표가 동일한 무역법인이 여러 개 있는 등 조직적으로 외화송금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도 발견됐다. 금감원은 이 외 외화송금의 경우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흘러들어오는 자금과 일반적인 상거래를 통해 들어온 자금이 섞여서 해외로 송금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송금된 돈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가 아닌 일반 법인에 전달됐다. 주로 홍콩, 일본, 미국, 중국 등에 있는 법인으로 추정된다. 금감원과 검찰, 국정원은 해외로 빠져나간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상 외화송금 거래에 가상자산 거래소가 활용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불법 자금 세탁과 재산 해외 은닉 용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우선 추가 이상 거래 파악과 은행권 내부 통제 점검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모든 은행에 유사 거래가 있는지 자체 점검을 하고, 그 결과를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검사 결과 외환업무 취급 및 자금세탁방지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은행에 대해 제재를 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강제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해외 송금된 자금의 이동 경로는 검찰과 국정원, 관세청 등이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로 송금된 자금 용도에 대해 가상자산 환치기, 재산 은닉, 대북 자금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금감원은 강제 조사권이 없으므로 수사 당국이 국제 공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은 검사 내용을 검찰과 관세청에 통보해 수사에 참고하도록 협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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