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대위변제' 패 쥔 둔촌주공 시공단의 속내는
대위변제 시 구상권 청구→경매 가능성 현실화?
'9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7000억원의 사업비 상환 계획을 세우기까지 남은 시간이다. 사업비 대출 만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업단은 상환 계획을 오는 8월5일까지 회신하라고 조합에 요구했다.
지난 4월 공사 중단 이후 협의와 결렬을 반복하던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사업비 대출 만기가 다가오면서 무게추가 이미 시공사업단으로 기울어진 모양새다. 조합이 사업비를 상환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조합원들은 현금청산을 받고 사업 소유권은 시공사업단 등에 넘어갈 수 있다.
시공단 "대위변제 후 법적 조치"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대위변제를 염두에 두고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사업비를 갚으려면 조합원 1인당 1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합 또한 "상환능력이 없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지난 26일 시공사업단은 재건축조합에 "대주단으로부터 사업비 만기 안내 및 상환계획 요청을 통보받았다"며 "만기 도래에 따른 상환 계획 및 세부 일정을 8월5일까지 회신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어 "사업비 대출금을 만기 상환일까지 상환하지 않을 경우 시공사업단은 연대보증인으로서 상기 대출 약정에 의해 법적 불이익을 입게 될 지위에 있다"며 "약정이행을 위해 대위변제 후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합이 파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간 공사비 증액 등을 두고 조합과 갈등하던 시공사업단은 지난 4월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이후 이뤄진 서울시의 중재와 협의에도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시공사업단은 더 이상의 협의도 거부한 상황이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합은 최종 협의안을 부정하고, 지속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조합원에게 알리는 등의 행위를 통해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며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추가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시공사업단이 조합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면 아파트 전체가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 이 경우 조합원들은 일부 권리에 대해 현금 청산을 받고 사업 소유권을 이전하게 된다. 다만 시공사업단은 구상권 청구 시기와 방식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조합은 지난 2017년 8월 시공사업단의 연대보증을 통해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을 받았다. 다음 달 23일 만기일이 도래하며 지난 6월 조합이 대출 기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주단은 "대주단 전원이 동의하지 않았다"며 일정 조정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내부 갈등 지속…집행부 해임이 대안?
사업비 만기가 다가오자 조합 내부에서는 현 집행부를 해임하고 시공사업단과의 협상에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상환능력이 없는 조합으로서는 시공사업단과의 협의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인 탓이다.
시공사업단은 공사재개 조건으로 '상가분쟁 해결'을 요구했는데 현재 상가 건물에 유치권을 행사 중인 PM(건설사업관리)사 리츠인홀딩스는 일체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 부당한 계약 해지에 현 조합 집행부가 일조했다는 판단에서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의 승인을 받은 상가 대표 단체 '상가위원회'는 2012년 리츠인홀딩스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21년 7월 조합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기존 상가위원회의 자격을 취소하고 새로운 '통합상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조합은 리츠인홀딩스와의 계약을 해지했고, 리츠인홀딩스는 이에 반발해 계약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조합 집행부 해임을 요구하는 정상화위원회는 다음 달 중 조합총회를 개최하고 현 집행부의 해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집행부 해임 후 직무대행자 등을 선정하면 PM사, 시공사업단 모두와 협의를 진행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다.
정상위 관계자는 "현 조합 집행부는 이런 상황에도 시공사, PM사 등과의 의미 없는 만남을 주도해 해임 총회가 열리지 않도록 시간을 끌고 있다"며 "이제 공사재개를 위해 남은 카드는 집행부 해임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 시공사업단과 현 조합 집행부는 더이상 대화할 여지가 없다는 게 확실해 보인다"며 "다만 구상권 청구는 상환 이후 먼 미래에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합이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중으로 집행부 교체 등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경우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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