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 제주도의회 첫 업무보고 '씬스틸러는 누구?'
12대 도의회 첫 업무보고 전 제주도-도의원 신경전
집행부..비공식적, 긴급한 서류제출요청 최소화 공문 보내
도의회..'의원 길들이기' 반발, 소수인원이 방대한 자료 검토 이유
다수의 초선의원이 초선답지 않은 질의로 눈길 끌어
일부 초선의원, 눈살찌푸리게 하는 발언으로 주목 받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제2공항 갈등 여전히 의회에서 현안될 듯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22년 7월 27일(수)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이 인 기자,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
기자실 앞담화, 오늘도 제주CBS 이 인 기자,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 나오셨습니다. 두 분 안녕하세요?
◇박혜진> 벌써 7월 마지막 주입니다. 휴가철인데요. 휴가철의 기자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휴가를 떠나서 썰렁하기보다는 기사 아이템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들거든요?
◆홍창빈> 말씀하신 것처럼 휴가철 기사 아이템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이슈를 생산하는 제주도청 공무원들과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모두 사실상의 휴가철이기 때문에, 이슈 자체가 줄어드는 편입니다.
이런 기간에 평소 취재를 해서 기삿거리를 준비해 놓는 기자들은 부담이 덜한데, 저처럼 하루 취재해 당일 인터넷 지면을 채우는 분량이 많은 기자는 힘든 시기입니다.
◇박혜진> 지역사회에서 현안을 이끌어 나가는 부분도 기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럴 때 부담은 좀 되겠어요?
◆이 인> 기자들이 국민의 눈높이에 제대로 호응하지 못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외면하거나 특정세력의 입장에서만 기사를 쓰는 경우들로 '기레기'라는 말도 많이 듣는데요. 정치부 기자들이 특히 그런 소릴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자들은 공익을 위해, 제주도민의 이익을 위해, 제주도의 미래를 위해 아이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수명이 짧은 직업군에서 늘 기자들이 상위권에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휴가철에는 아무래도 기삿거리가 없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피곤합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무슨 아이템을 내서 방송분량이나 신문분량, 인터넷 분량을 채울까라는 고민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 제주도청이나 도의회 출입은 신문이나 인터넷, 방송 가리지 않고 탑뉴스를 채워줘야 합니다. 그래서 기삿거리가 없을 때는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반면에 너무 많은 기삿거리가 쏟아질 때는 육체적으로 피곤합니다. 가령 도청과 도의회를 1명이 출입하는 언론사의 경우 오영훈 제주지사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하는데 도의회에서도 중요한 안건을 처리하는 상임위가 열릴 때는 모두 다 챙겨야 합니다.
도청 출입기자들은 그런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기삿거리가 없으면 정신적으로 힘들고 반대로 쏟아지면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아마 수명이 짧은 것으로 통계가 나오는 거 같습니다.
제주 제2공항 갈등,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문제 등의 지역현안에 대한 고민부터 오영훈 제주도정의 공약 이행 상황 등을 점검하는 일까지 제주도청과 도의회 출입은 그야말로 고민과 공부와 분석의 연속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박혜진> 그래서 준비하는 기획취재 같은 게 있습니까?
◆이 인> 저는 제주도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제주도교육청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제주도의 미래, 아니 대한민국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문제를 기획으로 다루려고 합니다. 너무 거창하게 말했네요.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획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기후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해 이미 30~40년 전부터 철저한 기후위기 교육을 해오고 있습니다. 단순한 학교교육을 벗어나 지역사회와도 연계해 교육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독일 베를린이나 함부르크의 기후위기 교육이 전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는데요. 반면에 대한민국과 제주도는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가칭 '기후역습, 제주의 춘추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기획을 준비해서 올해 안에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제주에서도 봄과 가을이 사라졌다는 얘길 많이 하는데 계절을 의미하는 춘추와 기후변화로 제주의 나이는 얼마나 고령화됐는지 등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제주의 춘추는 안녕하십니까가 제목이고 독일 현지 취재와 우리나라 선진 사례 취재를 하려고 합니다.
◇박혜진> 홍창빈 기자는?
◆홍창빈> 일단은 기본 구상 중인데요, 앞으로 말씀드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관련해, 그동안 논의돼왔던 과정을 한 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해 논의는 있었지만, 결국 무산되기를 반복했는데요, 이런 과정이 반복되니까 대안으로 나왔던 것이 행정시장 직선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치부 취재를 시작하기 한참 전 과거부터 논의됐던 내용이고, 제가 잘 모르는 과정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정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앞으로 논의 과정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혜진> 지난주에 제주도의회 기자실 얘기하다가 말았는데요. 오늘 조금 더 하면, 지난주에 첫 업무보고가 있었잖아요. 절반 정도가 새로운 인물이어서 기삿거리가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일들이 생각나세요?
◆홍창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사실 의회 시작시기마다 어느 정도 반복되는 장면인데, 자료제출과 관련해 제주도청과 도의원들 사이 신경전이었습니다. 발단은 12대 도의회가 출범하기 직전인 6월 말 제주도청에서 도의회로 보낸 공문이었습니다.
이 공문에는 이메일 및 내부망(e-메아리) 등 비공식적인 방법을 통한 자료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의사진행 중 긴급한 서류제출 요청을 최소화해 달라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또 도의회 서류제출 근거규정에 따라 요구자료의 범위(안건심의와 직접 관련된 서류)에 대해 제출일 3일 전이라는 기간을 둬 요청할 것과 의사진행 중 긴급한 서류제출 요청을 최소화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문을 받은 도의원들은 도청이 '의원 길들이기'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도청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공개 대상 또는 비공개 대상 문서의 구분, 의회 제출 자료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해서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도의원들은, 몇 안 되는 도의원들과 연구위원들이 수 천장에 달하는 자료를 검토하기에는 어렵고, 검토 중간에 급하게 자료를 요청하는데 공문으로 자료를 요구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개별 자료 요구에 대해 도청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이번 의회에도 초선의원들이 많았는데요, 대부분 초선의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질의의 수준이 높고 내용도 충실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다만 일부 의원의 경우 발언 내용이 적절하지 못하거나, 공무원을 상대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발언을 해서 아직도 이런 분이 있구나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어떤 분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고, 12대 의회 초반인 만큼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박혜진> 이 인 기자는 혹시 생각나는 장면이 있습니까?
◆이 인> 대부분의 초선들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행정자치위원회를 눈여겨봤는데요. 행정자치위원회는 민주당 강철남 위원장이 재선이고 민주당 현길호 의원도 재선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5명은 모두 초선입니다. 민주당이 하성용, 한 권, 한동수 의원이고 국민의힘은 양용만, 이정엽 의원입니다. 7명 중에 5명이 초선이어서 처음에는 좀 실수가 많지 않을까 우려도 했었는데 생각보다 프로처럼 잘 질의한 걸로 보입니다.
사실 행정자치위원회는 초선들이 앞으로 4년 동안 집행부를 견제하려면 꼭 거쳐가야 할 상임위로 꼽힙니다. 행정이 어떻게 조직돼서 돌아가는지 전반적인 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곳으로, 제주도청은 물론 행정시와 읍면동 체계까지 파악할 수 있어서 초선의원들이 공부하기에는 정말 좋은 상임위입니다.
그런데 행자위에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추진 문제를 놓고 도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는데요. 초선인 한 권 의원은 15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 연구용역의 과업이 2012년이나 2017년과 똑같다며 이런 과업으로는 중앙 정부를 설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임명직인 행정시장 체제 아래에서 어떤 문제들이 생기더라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그 데이터를 갖고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수 의원도 사실상 의원내각제 형태의 기관통합형은 기초의원은 주민이 뽑고 정작 시장과 군수는 의원들이 뽑는 것으로 시장과 군수를 직접 선출하고 싶어하는 도민들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제주도정은 이미 통합형에 무게를 두고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용역은 명분 쌓기용이냐고 따졌습니다.
반면에 이정엽 도의원은 제주4·3과 관련해 '성역화', '폭도'라는 발언을 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습니다, 이 의원은 4·3이 무장세력, 제주도 사람이 얘기하는 폭도에 의한 피해도 많이 있는데 왜 국가 피해를 받은 사람만이 희생자의 전부인 것처럼 묘사하느냐고 말해 화해와 상생의 4.3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박혜진> 이번 임시회를 지켜보면서 '이 부분은 4년 동안 논란이 되겠다, 눈여겨봐야겠다' 이런 부분은 없었습니까?
◆홍창빈> 아무래도 앞으로 4년을 관통할 현안이라고 하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번 기초단체 부활과 관련해 의견들이 다양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지난 6월에도 한번 이 주제를 놓고 앞담화를 하기도 했는데요, 부활의 필요성부터 시작해 어떤 형태로 부활할 것인가 등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 다를 겁니다.
일단 오영훈 지사가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논의를 이어갈 지, 얼마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초단체 부활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지는 않은 것 같지만, 행정구역을 나누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기관 구성의 형태에 대한 논의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혜진> 이 인 기자는요?
◆이 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추진 문제는 상당히 민감합니다. 동서남북 주민들의 입장이 다 다르고 각 정파의 입장도 다 다르고 민주당 내에서도 국민의힘 내에서도 다 생각이 다릅니다. 오영훈 도정 4년 동안 논의만 하다 갈등만 초래하다 아무것도 추진하지 못한 채 유야무야 될 거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말 세밀하게 분석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빠짐없이 수렴해서 모두가 동의하는 기초자치단체를 추진해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16년째 기초자치단체 논의가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행정구역을 몇 개로 할지, 지역을 동서로 나눌지, 남북으로 나눌지 등등 해결할 현안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제주 제2공항 문제도 주요 갈등 현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극심한 갈등으로 인해 차기 정부로 넘겼는데 윤석열 정부는 강력한 추진입장을 보이고 있고 국토부 역시 환경영향평가가 보완이 가능한 것으로 결론 낼 전망이어서 반대단체는 물론 민주당이 다수당인 도의회도 격렬한 찬반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도의원들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간 생각의 차이도 있지만 같은 당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찬반 입장이 명확하게 갈립니다. 이 문제 역시 4년 내내 뜨거운 현안이 될 전망입니다.
◇박혜진> 이 현안에 대해서 여야 모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홍창빈>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해서는, 주체를 누구로 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논의가 과연 누구를 위한 논의인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인들의 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주만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중앙 정치에서도, 자신들의 정당에 유리하게 논의를 하다가 역풍을 맞는 것을 많이 봐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만큼 논의의 중심을 정치가 아닌 도민에 놓는다면, 그래도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이 인 기자는요?
◆이 인>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추진 의지가 너무나 강해서 제주도정이나 제주도의회가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앞담화에서 여러 번 지적했지만 도민 사이 갈등이 생기면 결국 풀어나가야 할 책임은 역시 제주도와 도의회에 있습니다. 강행이든, 아니든 여러 시나리오를 전제해서 갈등해소를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준비해야 할 거 같구요.
또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해 도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수시로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도 제주도나 도의회가 해야 합니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제주도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를 도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추진한다면 그 비판은 오롯이 정부가 받을 겁니다.
◇ 박혜진> <기자실 앞담화> 오늘도 제주CBS 이 인 기자,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두 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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