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사태' 소강 국면 접어드나..일선 경찰들 "국회의 시간 왔다"
일선 경찰들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30일 열려던 ‘14만 전체 경찰회의’를 취소했다. 행안부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다음달 2일 시행을 앞둔 만큼 국회로 공을 넘겨 입법으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와 경찰, 경찰 지휘부와 일선 경찰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던 ‘경란’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부 경찰은 소규모 회의라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사태가 재점화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체 경찰회의를 제안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27일 경찰 내부망에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 자진철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경감은 “어제 국무회의 통과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됨에 따라 어떠한 사회적 해결방법이 없어진 현실에서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 의견 표명은 화풀이는 될지언정, 사회적 우려와 부담을 줘 경찰 전체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철회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국회가 이러한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지금까지 뜻을 같이해준 동료 경찰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전체 경찰회의를 취소한 것은 정부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을 앞둔 만큼 현실적인 대응법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경찰 지휘부가 집단행동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 지휘부가 집단행동 금지 지침을 하달한 터라 30일 전체 경찰회의가 강행될 경우 대규모 징계 사태가 불가피하다. 결국 이런 사정들을 감안해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는 ‘집단 반발’보다는 절차상 하자와 현행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법적 대응과 입법 투쟁으로 선회한 것이다. 총경회의에 참석한 황정인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장은 이날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이 문제는 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공론으로 형성돼 나갈 것”이라며 “그리하여 언젠가는 국회에서의 입법적인 해결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맨 먼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집단 행동에 나선 경찰 직장협의회도 오는 29일 대국민 홍보전을 끝으로 장외 여론전을 마무리한다. 직협이 주도한 ‘경찰국 반대 의원소개 청원’에는 청원 시작 하루 만인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37만명이 넘는 시민이 동참했다. 의원소개 청원은 국회에 청원하려는 자가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서면으로 제출하는 청원을 뜻한다. 직협은 이번 주까지 청원을 받은 뒤 서명부를 국회에 제출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경찰 지휘부도 갈등 봉합에 집중했다. 경찰청은 이날 세종경찰청부터 경감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간담회를 시작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제도 개선 관련뿐 아니라 경찰 조직운영 전반과 조직 내 소통 방식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은 경찰 내부망에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바란다’는 게시판을 신설했다.
경찰 지휘부는 총경회의 참가자들에 대한 징계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자는 총경회의 당시 류삼영 총경이 ‘해산지시’ 명령을 참석자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참석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체 경찰회의를 주도한 김성종 경감에 대한 징계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팀장급 회의에 호응해 ‘지구대장, 파출소장’ 회의를 제안했던 경남 마산 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 유근창 경감은 이날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전국 지구대장, 파출소장들도 팀장님들 회의에 참가하겠다고 이곳에 제안한 동료로서, 비록 첫 제안자가 철회했으나 30일 오후 2시 행사는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경찰관들은 전체 회의 취소가 공지되자 “성급한 판단”이라며 반발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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