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원칙대로'라더니..위법·위헌 논란 '윤석열식 시행령 통치'

허진무 기자 2022. 7. 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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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인사 부실검증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전 정권에서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고 반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에 이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을 신설한 것을 두고 위법 소지가 있는 ‘시행령 통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고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이 정작 국정운영에서는 국회 통과가 필요한 법 개정을 우회한 채 편의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해 조직 신설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국은 다음달 2일 출범을 앞두고 정부조직법에 규정되지 않은 ‘불법 조직’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여당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유사 사례로 법무부 검찰국을 들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장관의 관장 사무에 ‘검찰’과 ‘행형’이 있지만, 행안부 장관의 관장 사무에는 ‘경찰’이나 ‘치안’이 없다. ‘법무부에 검찰국이 있는 것처럼 행안부에도 경찰국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먼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행안부 장관의 관장 사무에 ‘경찰’ 또는 ‘치안’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논거다.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할 때도 ‘위법’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법무부 장관의 관장 사무에 ‘인사 검증’이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이나 부령 등의 시행령은 국회 동의가 필요 없지만 상위법인 법률을 위반하는 내용이 담겨선 안 된다. 정부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상황에선 정부조직법 개정이 힘들다고 판단해 시행령 개정으로 우회한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을 통해 우회를 하더라도 법을 어겨서는 안 되는데, 지금은 개정된 시행령 자체의 위법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시행령 통치’가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 제96조는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 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는데,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국가행정기관의 직무 범위를 자의적으로 조정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법제행정 관련 사무를 총괄하는 법제처는 심사 결과 법률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이런 조직 신설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가 청구됐을 때, 윤 대통령이 징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을 때 변호인으로 참여한 인물이다.

이 처장은 27일 ‘경찰국 신설의 법적 근거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정부조직법 제7조 제4항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외청(경찰청)의 중요정책 수립에 관한 지휘를 할 수 있다”며 “행안부 장관에게 이미 법률상 부여된 권한 행사를 보조하기 위한 기구(경찰국)는 법률 개정 없이 직제 개정으로 설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처장의 정부조직법 해석이 ‘아전인수’라는 반론도 있다. 이 처장이 언급한 조항은 ‘제1항의 경우에 소속청에 대하여는 중요정책 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인데, 제1항은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관사무를 통할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이다. 행안부 장관의 소관사무(직무 범위)에 ‘경찰’이나 ‘치안’이 없기 때문에 경찰 정책과 관련해 경찰청장을 지휘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헌재가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할 경우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 수사권을 일부 보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개정된 법에 따라 오는 9월10일부터 검사의 수사 범위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줄어든다. 하지만 정부가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부패·경제범죄’에 해당하는 죄목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이번 행정은 법률에 근거가 없는 데다 법률을 위반해 ‘법치행정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며 “내각이 국회에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보좌기관에 불과한 장관들의 검경 통제는 민주적 통제라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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