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공군 하사 유서 추정 일기에 '부대 내 괴롭힘' 호소

2022. 7. 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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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권센터 "근무환경 및 주변 인원에 대한 수사 필요"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공군 20전투비행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강 모 하사의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강 하사가 일기를 통해 부대 내 괴롭힘이 있었음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통해 "센터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현장감식, 검시 등에 참여했고 이후 사망 원인 규명 등을 위한 유가족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로 추정되는 다이어리에 기재된 내용과 여타 정황을 확인할 때 강 하사의 사망에 부대적 요인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유서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강 하사에게 이유 없이 비난한 사람이 있었다는 점, 상급자와 관련하여 겪었던 부당한 일었다는 점, 공군 교육사령부 체력검정 담당자가 강 하사에게 부당한 처사를 한 바 있다는 점, 일련의 과정 속에 항공과학고등학교 진학 및 군 입대를 후회한다는 이야기가 다수 적혀 있다"며 "강 하사를 힘들게 만들었던 근무환경 및 주변 인원에 대한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센터는 또 강 하사가 입주했던 군 관사가 성추행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예람 중사가 거주 및 사망했던 곳이었다며, 사건 이후 어떤 부대원도 입주하지 않고 있던 집을 초임하사에게 배정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센터는 "유가족이 우연히 인지하게 된 바에 의하면 강 하사가 살던 관사는 지난해 5월, 故이예람 중사가 사망했던 관사"라며 "해당 관사와 옆 관사는 사건 이후 모두 이사를 나갔고, 강 하사가 입주하기 전까지 반년 넘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공실로 유지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센터는 지난해 4월 자대배치 후에 강 하사가 복지대대에 관사 이사를 신청했고 이후 올해 1월 입주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관사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고 밝혔다.

센터는 "해당 부대 간부들은 해당 관사가 이 중사가 사망한 장소라는 것을 알고 6개월 가까이 입주하지 않았다. 관사 배정을 관리하는 복지대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초임 하사에게 아무도 살려 하지 않는 관사를 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강 하사는 입주 후 3개월이 지난 올해 4월에 이르러서야 집으로 온 우편물을 통해 해당 관사가 이 중사가 사망한 장소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이후 주변 동료에게 공포감,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였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센터는 "복지대대의 관사 배정과정은 물론, 소속 부대가 초임 하사로서 특별히 신상 관리의 대상이 되는 강 하사가 해당 관사에 거주하게 된 사정과 이후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던 사정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인지하고 있었다면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도 면밀히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이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강 하사 사망 사건 초동 브리핑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옆은 김형남 사무국장. ⓒ연합뉴스

이와 함께 센터는 현장감식 종료 이후 부대가 유가족의 유품 확보, 시신 보관 등을 방해하거나 저지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공군 수사단과 검찰단은 현장감식 후 관사의 도어락(문 잠금장치)을 임의 교체했고, 비밀번호를 안내하지 않아 출입을 방해했다. 유가족의 거센 항의 끝에 관사 출입 및 유품 이전에 협조했지만 법적 근거 없이 유품 정리 과정에 들어와 유품을 일일이 점검하고 내용을 검토하여 허가하는 등의 월권행위를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공군 수사단, 검찰단은 유가족이 시신 부패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냉동이 가능한 국군수도병원으로 시신을 이동하려고 하자 타살혐의점이 없음으로 부검에 부동의한다는 서류에 서명하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다며 이를 방해하기도 했으며 유가족 의사에 관계없이 강제로 부검을 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이후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변사사건수사 과정에 군검찰과 군사경찰, 민간경찰, 민간검사, 군 인권보호관 등 다수의 주체가 참여하고 입회할 수 있으나 현재 군은 "현장 입회 외의 협조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군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센터는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범죄'의 유무를 군이 직접 판단함으로써 사망사건 처리의 주도권을 민간에 넘기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보이는데, 이는 고 이예람 중사 사망으로 말미암아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개정 취지를 형해화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한편 강 하사는 지난 19일 숨진 채 발견됐다. 강 하사가 근무했던 20전투비행단은 지난해 성추행 피해 이후 사망한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복무했던 부대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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