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승절' 노병대회 불참..핵실험 언급 없이 내부결속 치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27 ‘전승절’을 기념해 열린 제8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핵실험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됐으나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대외 정세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당국은 향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영원한 전승의 명절에 즈음해 온나라 인민의 숭고한 경의와 열렬한 축하 속에 제8차 전국노병대회가 26일 수도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27일을 전쟁에서 승리한 날이라고 주장하며 전승절로 기념한다. 전승절을 맞아 6·25전쟁 참전 군인들을 칭송하는 노병대회가 열려왔다.
김 위원장은 올해 노병대회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덕훈·조용원·최룡해·박정천·리병철 조선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행사장 앞자리인 주석단에 앉았다. 리일환 당 비서와 오일정 당 군정지도부장, 리창대 국가보위상, 박수일 사회안전상, 리영길 국방상, 정경택 군 총정치국장, 리태섭 군 총참모장 등 당·정·군 간부들도 자리했다.
이번 노병대회는 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가 관심사였다. 7차 핵실험 준비가 마무리돼 사실상 김 위원장 결단만 남았다는 대내외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노병대회를 계기로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작년과 재작년 노병대회에 참석했고, 재작년엔 ‘핵 억제력’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노병대회 불참은 대내외 정세를 고려한 행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이 종식되지 않았고 대외정책에 특별한 변화가 없어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설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 69주년 전승절은 북한의 의미를 부여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니었다는 이유도 거론된다.
김 위원장 대신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의 축하문이 조용원 당 비서를 통해 전달됐다. 당 중앙위는 축하문에서 “이 땅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우리 스스로 선택해 가고 있는 세대를 이어가야 할 혁명의 길은 제국주의와의 첨예한 대결을 동반한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새로운 첨단무기체계가 연속 개발완성돼 우리 국가의 전쟁억지력이 촤상의 경지에 올라서게 됐다”며 “국방 공업의 비약적 발전을 이룩해 우리 국가의 안전과 평화를 흔들림없이 수호하기 위한 막강한 힘을 비축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중앙위 축하문과 관영매체 보도 등을 볼 때 별도의 핵 관련 언급은 없고 대미 비난 메시지도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올해 노병대회 개최는 내부 결집용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승 세대의 영웅정신과 혁명정신 계승 의지를 부각시키며 위기 극복을 위한 체제 결속의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외정세 악화와 코로나19 확산, 봉쇄 장기화에 따른 민생 악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부 자원을 총동원해야 할 필요성과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가 마무리된 것으로 분석되는 상황에서 향후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오늘 핵실험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핵실험은 외부 특히 미국에 충격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모든 걸 걸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장기적으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하기보단 정세를 살피며 굉장히 신중히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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