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고 되레 치솟는 기대인플레이션.. 물가정점은 9∼10월? [뉴스+]
임금·재화가격 인상 악순환 우려
앞으로 1년 동안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소비자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대 후반까지 훌쩍 뛰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주관적 전망이지만 실제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도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역대 최고치 갈아치우는 기대 인플레이션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2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3.9%)보다 0.8%포인트 오른 4.7%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전월 대비 상승 폭은 한은이 2008년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고, 컸다.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임금인상 압박→제품가격 인상’ 악순환 이어질라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가격·투자 결정 등에 반영되면서 실제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개인은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기업들은 임금 인상 부담으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올리면서 다시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인플레이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6%까지 유례없이 크게 상승한 영향이 컸다”면서 “하반기에도 물가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소비자 물가 체감상승률을 뜻하는 ‘물가인식’도 5.1%로 지난달보다 1.1%포인트 상승하면서 사상 최대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 13일 한은의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영향은 이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18일 전국 2500가구(응답 2432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이 중 70∼80%가 금리 인상 이전에 응답을 제출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기 수준으로 급격히 악화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0로, 지난달보다 10.4포인트 급락했다. CCSI는 지난 5월부터 석 달째 내림세로, 2020년 9월(80.9) 이후 1년 9개월 만에 90 아래로 내려왔다. CCSI가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가 어느 정도 오를지를 조사해 집계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의 수준과 상승폭이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함에 따라 도대체 물가가 언제쯤 정점을 찍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올해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를 꼽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 예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에 대한 응답 분포에서 5% 이상을 예상한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6월에는 4% 이상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예상한 응답자 비중이 46.3%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7월에는 이 비중이 61.2%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특히 6% 이상에 대한 응답 비중은 14.4%에서 24.4%로 10.0%포인트 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는 이달 초 가스와 전기 등 공공요금이 인상된 부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요인별 비중을 살펴보면 최근 상승세를 주도하던 농축수산물(6월 44.2%→7월 40.1%)과 석유류제품(82.5%→68.0%)의 비중이 줄었다. 공업제품(18.6%→13.6%)의 비중도 줄었고, 집세와 개인서비스의 경우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6월 31.4%였던 공공요금에 대한 응답 비중은 7월 들어 48.5%로 17.1%포인트 증가했다. 공공요금 인상이 예상된 수순이었던 만큼 전문가들의 물가 정점시기에 대한 예상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입물가지수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의 상승폭이 둔화하는 점도 물가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수입물가지수는 지난 5월 3.8%(전월 대비)에서 6월 0.5%로 상승폭이 줄었고, 생산자물가지수 또한 같은 기간 0.7%에서 0.5%로 소폭 감소했다. 한은 및 학계에 따르면 수입물가지수가 생산자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통상 3개월, 길게는 8개월 정도가 걸린다.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데에는 통상 1달 정도의 시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국제유가와 식량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는 등의 흐름을 감안하면 9~10월쯤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효한 셈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의 긴축 기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 예상의 걸림돌로 남을 전망이다.
대내적으로 임금 인상 등의 상황에 따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국면이 악순환에 빠지는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우리나라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를 통해 “최근과 같이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지면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돼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는 취약계층일수록 금리 인상의 고통에 크게 노출되는 부분을 감안한 정책 마련에도 고심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권 협회장들과 간담회에서 “고금리, 고물가 등 급격한 환경변화 및 이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로 다양한 위험 상황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코로나 피해가 누적된 차주를 중심으로 금융상 어려움을 겪는 차주의 잠재부실이 점차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새출발기금 등 125조원 규모의 금융 민생대책이 마련된 만큼, 금융권에서도 지원정책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집행 단계까지 협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유지혜·김준영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윗집男 칼부림에 1살 지능된 아내”…현장 떠난 경찰은 “내가 찔렸어야 했나” [사건 속으로]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39만원으로 결혼해요”…건배는 콜라·식사는 햄버거?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