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휘발유보다 더 비싼 경유..이유는

한국선 우크라전쟁 따른 수급 차질에 가격 역전
美선 원래 더 비싸..친환경디젤 정책·높은 세금·수요공급원리 작용

지난달 23일 미국 캘리포니아 전광판에 표시된 휘발유·경유 가격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한국에서는 '생계형 연료' 경유가 세금이 많이 붙는 휘발유보다 저렴한 것은 오래된 현상이지만 미국에서 통상 경유는 휘발유보다 더 높은 가격을 유지해왔다.

한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역전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의 여파로 유럽을 중심으로 경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경유 가격은 5월 휘발유를 추월했다. 국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웃돈 것은 2008년 6원 이후 약 14년 만이다.

미국에서는 경유 가격과 휘발유 가격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현재 미국에서 경유는 휘발유보다 갤런당(3.78ℓ) 약 1달러 이상이 더 비싸게 형성돼있다.

유가정보업체 OPIS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국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5.8달러(약 7천618원)로 정점을 찍은 뒤 다소 하락추세로 전환, 25일 기준 갤런당 5.41달러(약 7천106원)를 기록했다. 같은날 휘발유는 4.36달러(약 5천727원)였다.

미국에서 경유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말고도 정제용량 감소,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에너지 수요 상승 등과 맞물리며 이미 많이 오른 상태였다.

CNN 비즈니스는 26일(현지시간) 그간 미국에서 경유가 오랫동안 휘발유보다 비쌌던 이유를 정리했다.

첫번째는 친환경 디젤 정책으로 생산원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2006년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대기 중으로 유입된 유황 물질이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토대로 경유의 유황 함유량을 줄이는 규정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되고 판매되는 모든 경유가 황 함유량이 15ppm(100만분의1)을 넘지 않는 초저유황디젤(ULSD)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했다.

이러한 규정 덕분에 유해한 배출량을 최소 90% 줄였다고 EPA는 분석했다.

다만 황 함유량 감소로 친환경성은 개선됐지만 연비가 악화하고 생산원가가 올라가면서 경유의 최종 가격이 오르는 결과는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번째는 연방·주 정부에서 부과하는 세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휘발유와 경유의 연방 유류세는 각각 갤런당 18.4센트(약 240원), 24.4센트(약 320원)로 1993년 이래 그대로 유지돼왔다.

연방 유류세를 걷으면 고속도로 건설·유지보수 재원인 고속도로신탁기금(HTF)으로 들어간다.

연방세 말고도 주정부 차원에서 부과하는 추가 유류세도 경유가 더 높다.

미국석유협회(API)에 따르면 경유와 휘발유의 주(州) 유류세 차이는 1.55센트(약 20원), 연방세까지 고려하면 경유가 평균적으로 7.55센트(약 99원) 더 높다.

경유 유류세가 더 높은 이유는 디젤 엔진으로 굴러가는 화물차와 버스 등 주요 교통수단이 무게가 훨씬 더 나가고 평균 자동차보다 도로에 가하는 손상도가 더 높기 때문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에 올 9월까지 연방 유류세 면제를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디젤의 높은 가격에는 높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시장의 기본 원리도 영향을 미친다.

공급시장 측면에서 보면 경유는 휘발유보다 생산역량이 더 제한적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정제되는 원유 1배럴당 휘발유는 19~20갤런이 생산되는 반면 경유로 전환되면 11~12갤런으로 떨어진다.

수요 시장에서 경유와 그 자매품은 트럭과 기차, 버스, 산업기계, 건설·농업장비, 선박, 군용차량 등 산업 현장에서 전방위적으로 쓰이고 국내외 운송업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는다. 기본적으로 수요처가 많은 상황에서 공급량은 제한되면서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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