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메타, 메타버스 격돌..기본 철학부터 다르다
(지디넷코리아=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인터넷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 지를 놓고 애플과 경쟁하고 있다.”
‘메타버스 퍼스트’를 선언한 마크 저커버그는 애플에 대한 강한 경쟁 의식을 감추지 않고 있다. 메타 최고경영자(CEO)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거대 플랫폼을 이끌고 있는 저커버그는 인터넷의 다음 단계인 메타버스를 주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저커버그는 이달 초 메타버스를 주제로 직원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미국 IT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이 자리에서 “애플과 우리는 메타버스 구축을 위해 매우 심오한 철학적 경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메타, '메타버스 표준 포럼' 주도하면서 협업 강조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뜻하는 '메타'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다. 현실공간과 가상의 공간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세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메타버스는 물리적 현실과 가상현실의 긴밀한 연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의 공간에 몰입하는 게 아니다. 현실과 연결된 또 다른 공간으로 존재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공간 안에 AR, VR, 게임, 상거래, 소셜 네트워킹 같은 모든 요소가 들어가게 된다. 메타는 페이스북 시절 오큘러스란 가상현실(VR) 전문기업을 일찌감치 인수한 것도 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해 왔다.
그런데 왜 저커버그는 유독 애플을 꼭 찍어서 ‘메타버스에 대한 철학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메타버스를 둘러싼 거대 기업들의 합종연횡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타는 지난 달 ‘메타버스 표준 포럼’ 결성을 주도했다. 이 단체는 증강 및 가상현실, 지구공간, 3D 기술을 위한 개방 표준을 이끌어낸다는 목표를 갖고 출범한 단체다. 메타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에픽게임즈, 소니, 엔비디아 같은 거대 IT 기업들이 함께 참여했다.
그 동안 저커버그는 ‘협력’ 보다는 독주 쪽에 초점을 맞춰 왔다. 소셜 미디어 시장에선 페이스북의 잠재적 경쟁자인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인수하면서까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런데 왜 유독 메타버스 시장에선 협력과 표준을 강조하는 걸까?
저커버그가 지난 해 8월 더버지와 인터뷰한 내용 속에 힌트가 있다. 당시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는 분산된 방식으로 여러 주체들이 운영하는 체화된 인터넷(embodied internet)이다”고 주장했다. 그냥 옆에서 보는 수준이었던 그 동안의 인터넷과 달리 직접 그 속에 들어가는 공간 같은 존재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는 어느 한 업체가 주도하지 않고, 여러 사업자가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이달 초 메타 직원들과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늘어놨다. 그는 메타버스 시장에서 메타의 전략은 ‘훨씬 개방적이고 저렴한 애플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좀 더 흥미로운 비유도 동원했다. 그는 VR과 AR 기술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메타는 (스마트시장의) 안드로이드 같은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메타가 여러 기업들과 손을 잡고 ‘메타버스 표준 포럼'을 결성한 것도 이런 판단에 따른 것이다.
메타버스에선 AR이나 VR 기술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잘 아는대로 메타는 페이스북 시절 일찌감치 VR 기기 전문업체인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덕분에 메타는 VR 헤드셋인 퀘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메타는 최근 퀘스트 가격을 100달러씩 인상하긴 했지만 여전히 하드웨어는 원가 이하로 판매하고 있다.
애플도 올 연말쯤 VR 기기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 애플이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오는 지 살펴보는 것도 메타버스 전략 차원에서는 흥미로운 관찰이 될 것이다.
■ 애플, 메타버스가 아니라 '우주의 확장' 꿈꾼다
반면 애플의 전략은 조금 다르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 모든 생태계를 자신들이 지배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이런 차이를 알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그런데 한 거풀 들어가보면 둘은 큰 차이가 있다.
구글은 OS와 서비스을 개방하면서 여러 하드웨어업체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는 애플 앱스토어에 비해 훨씬 더 유연한 편이다.
반면 애플은 ‘모든 생태계’를 자신들이 관리한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철저하게 통제한다. 그래야만 최적의 이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 애플인 만큼 ‘메타버스 표준 포럼’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생태계 내에 여러 업체가 군림하는 것은 애플의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플은 어떤 관점으로 메타버스를 바라보고 있을까?
IT전문매체 컴퓨터월드에 이 질문을 탐구한 흥미로운 글이 한 편 실렸다. ‘애플 전문가’를 자처한 애플홀릭이란 사람이 쓴 ‘애플은 메타버스를 원하지 않는다. 더 나은 우주를 원한다’는 글이다.
이 글 필자는 최근 메타버스 전략에선 VR 기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메타가 이 전략의 대표 주자다. VR 헤드셋을 쓴 뒤 가상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애플홀릭은 “애플은 좀 더 심오하게 구현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VR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나은 세상을 경험할 기회를 주는 반면, AR은 현실을 더 좋게 만들어준다는 것.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을 결합해 인간의 능력을 증강시키고 향상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애플홀릭이 주장했다.
따라서 애플은 메타버스 구축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우주를 더 확장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현실을 확장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비전이 다른 만큼 메타가 주도하는 표준 포럼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독불장군 전략’을 고집하는 속내엔 모든 것을 자기들 마음대로 주도하려는 애플 특유의 욕심도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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