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율적 거리두기' 방안 발표..전문가들 "실효성 없다" 비판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2. 7. 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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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처 '비대면 회의' 우선 활용..휴가 복귀 시 선제적 신속항원검사
증상 있을 경우 사업장에 유급휴가 등 보장 권고..재택근무 안착 지원
학원은 '원격수업' 전환 및 단체활동 자제..실내체육시설 852곳 점검
전문가 "피해 감소에 기여할지 평가 불가" "아프면 쉴 근거 마련해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7일 오전 충북 오송 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중대본 제공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석 달 만에 10만을 넘기는 등 재유행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의심환자는 유급휴가를 적극 권고하고 사업장의 재택근무 활성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민 인식조사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발적 거리두기가 효과적인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율에만 맡기는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각 부처 '비대면' 회의 활용, 직장 내 유증상자 유급휴가 권고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현재 전파력이 높은 BA.5 변이의 유행이 지속되고 있지만 질병 특성이나 대응 역량 등 방역 여건이 달라졌다"며 "이를 고려해 정부는 기존의 전파 차단을 위한 규제에 의한 거리두기는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재유행 위기 극복을 위해서 사회 전반의 '일상방역 생활화'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라며 "현재 대응체계에서의 국민참여형 거리두기는 규제나 의무가 아닌 국민 스스로 실천하는 생활 속 방역수칙 준수를 통해서 일상방역의 생활화를 정착하고자 하는 수단"이라고 부연했다.

중대본은 부처 합동으로 진행된 이날 브리핑에서 '부처별 일상 방역 생활화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전체 확진규모보다 위중증·사망 등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일상회복을 이어나가는 대응기조를 전제로 한 대책이다.

먼저 인사혁신처는 이날부터 8월 말까지를 공무원 하계휴가 기간으로 보고, '공직사회 코로나19 방역관리 강화 조치'를 시행한다. 정부와 공공분야부터 자발적 거리두기를 솔선해 수행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4월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부처마다 자율적으로 실시해 온 회의나 행사는 영상과 온라인 등 비대면 방식을 우선 활용하기로 했다. 공무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되 불요불급한 행사나 모임, 회식 등은 축소 또는 자제한다.

기관별로 재택근무 및 휴가도 적극 실시한다. 출근한 공무원들은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도 분산해 이동토록 했다. 감염 확산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


특히 여름휴가를 다녀온 직원들은 복귀 시 선제적으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를 권고할 방침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과 임상증상 유무 확인, 주기적 환기·소독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 준수도 독려한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의심환자는 유급휴가와 병가 등 유·무급휴가, 연차, 가족돌봄휴가(가족 감염 시 등) 등의 사용을 보장해줄 것을 각 사업장에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가족돌봄비용 긴급지원 사업을 통해 가족이 코로나19에 걸려 무급휴가를 쓰게 되면 '하루 5만원'을 최대 10일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규모와 무관하게 코로나19 관련 사유로 남녀고용평등법 상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한 근로자는 모두 해당된다.

지원 대상자는 오는 12월 16일까지 고용부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재택근무가 새로운 근무문화로 안착할 수 있게끔 노사단체와 유관기관 등을 활용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장비 등의 구축비용도 지원한다. 이와 함께 간접노무비 지원 등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안내할 계획이다.

감염취약시설, 선제적 방역 강화…학원은 '원격수업' 전환 권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부터 고위험군이 다수 생활하는 요양병원·시설 등에 대해 선제적으로 방역을 강화한 바 있다. 감염취약시설 종사자는 '돌파감염'과 면역 감소 등을 감안해 접종력이나 확진 이력과 상관없이 주 1회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입원·입소자 면회는 모두 비(非)접촉 방식으로 전환됐다. 입소자의 외출·외박도 필수 외래진료에 한해서만 허용 중이다.

정부는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요양시설을 방문하는 의료기동전담반도 정신요양시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기준 150개 기관에서 196개의 팀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면진료를 받은 입소자는 1810명으로 집계됐다.

향후 확진자가 급증하게 되면 전담요양병원 추가 재지정 검토 및 지자체 감염취약시설 전담팀 구성 등도 이뤄질 수 있다.

류영주 기자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원 방역도 강화한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다수 밀집한 특성을 고려해 학원에 원격수업을 강력 권고하는 한편 의심증상이 나타난 학원 종사자 및 원생은 등원 자제를 요청키로 했다. 또 학원이 주관하는 각종 체험·놀이·현장학습 등 단체활동은 자제를 권고하고, 교육당국과 학원단체의 협력 점검도 추진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대규모 공연이 잇따르고, 프로스포츠 리그 관객이 증가함에 따라 주요시설 별로 방역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공연장과 영화관, 노래연습장, PC방, 스포츠경기장 등 안에서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며, 하루 3회 이상 환기와 1회 이상 소독이 필수다. 음식물을 섭취하는 동안은 육성으로 함성을 지르거나 응원을 하면 안 된다.

정부는 실내체육시설 852곳에 대해 민관 합동으로 방역상황을 살펴보고, 내달 말까지 물놀이형 유원시설 213곳 또한 전수점검을 마칠 계획이다.

체육시설 알리미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개인방역 6대 수칙도 안내하고, 극장 상영관 현장에는 약 302억원을 투입해 2800명의 방역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마트·백화점 등에 대해 식품관 등 취약지역은 소독·환기와 함께 매일 자체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시음·시식 코너는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동시에 운영 시엔 코너 간 3m 이상 거리를 두는 등 안전한 취식환경을 위해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국민 과반 "자율방역 유지해야"…전문가 "정책 실효성 전혀 없어"

황진환 기자

백 청장은 "일상방역의 생활화는 법적 의무에 기반한 일률적인 거리두기가 아닌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 여러분의 참여와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유행 상황이 악화할 경우, 추가대책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당분간은 확진자가 증가하는 양상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치명률 증가나 중환자 치료에 위기징후가 발생하는지 잘 모니터링하면서 이러한 징후가 확인되면 추가적인 사회 대응조치가 필요한지 면밀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거리두기는 이전만큼 효과적 수단이 아니란 점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21~25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자율방역 공감수준을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8.5%)은 "국민참여형 자율방역을 유지하고, 정부는 고위험군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거리두기 등 정부 주도의 방역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38.5%에 그쳤다.

다만, 감염 시 중증 위험이 높은 고령층일수록 방역정책 강화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확산세가 커지는 국면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고 발표는 하는데, 설령 제대로 이행이 된다고 해도 유행의 감소나 피해 축소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전혀 평가가 불가능한 정책들"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자율 방역'이라고 하는데, '자율'이란 개념도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할 수 있다. 그 범위를 좁혀주고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고위험군과 접촉하는 사람들은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에 해당하는 배달 노동자 등 일용직을 보호할 방어막이 충분치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엄 교수는 "자율적으로 검사를 받고 쉬려면, 감염 여부에 따라 '쉴 근거'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유행규모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거리두기가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검사 접근성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엄 교수는 "지금은 선별진료소 등에서 고령층과 자가키트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 등만 검사해주고 있는데, 검사소를 늘리고 20~40대 청장년층도 즉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도 "정부가 거리두기만 안 하면 '과학 방역'인 줄 착각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 건강권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 없는데 국민들에게만 노력을 강요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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