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살 웹툰 작가의 죽음, 장시간노동 현실 재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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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조회수 142억회를 기록한 유명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의 그림을 맡았던 유명 작가가 최근 37살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웹툰 업계의 고강도 장시간 노동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
정화인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사무장은 "많은 웹툰 작가들이 암에 걸리거나 건강 문제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고 전성기를 누리는 에이(A)급 젊은 작가의 사망은 웹툰 업계에 만연한 고강도 장시간 노동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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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업계 고강도·장시간 노동 돌아보게 돼"
웹툰노조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 보장을"
글로벌 조회수 142억회를 기록한 유명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그림을 맡았던 유명 작가가 최근 37살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웹툰 업계의 고강도 장시간 노동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당 작가가 대표로 있던 레드아이스 스튜디오는 “23일 평소 지병이 있던 작가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별세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지난해 말 <나 혼자만 레벨업> 연재를 마치고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던 작가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업계와 팬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27일까지 웹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그림을 볼 때마다 영혼을 갈아 넣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지병이 있었다 할지라도 이렇게 젊은 나이에…”, “우리나라 웹툰계도 회당 컷수 제한을 걸었으면 좋겠다. 분량으로 출혈경쟁 하다보니 작가만 죽어나가는 것 같다” 등 고강도 노동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스튜디오 관계자는 “작가에게 고혈압 등의 지병이 있었지만 연재 당시 큰 건강 문제는 없었다”면서 “고강도 노동을 하지 않도록 협업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웹툰 관계자들은 급성장하는 웹툰 산업 속에서 작가의 건강권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정화인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사무장은 “많은 웹툰 작가들이 암에 걸리거나 건강 문제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고 전성기를 누리는 에이(A)급 젊은 작가의 사망은 웹툰 업계에 만연한 고강도 장시간 노동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2021 웹툰 작가 실태조사’를 보면, 작가들은 하루 평균 10.5시간, 주당 평균 5.9일 창작 노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4시간 이상을 노동하는 작가도 17%나 됐다.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2020년 웹툰 작가 등의 노동 실태를 조사했더니, 장시간 앉아 있고 쉬는 시간이 거의 없어 다른 노동자들보다 질병 경험률이 월등히 높았다”며 “기본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웹툰 플랫폼 기업 등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플랫폼 기업들이 작가들을 고강도·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면서 적정한 수당도,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웹툰작가노동조합은 유급 휴재권과 적절한 수익 분배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 발표를 논의 중이다. 하신아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은 “웹툰 산업이 성장하면서 기존 한주 45컷 분량의 작품들이 70~100컷까지 늘어나고 있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고료는 비슷한데, 추가 수당도 없이 노동량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장 역시 “작가가 자신을 갈아 넣어 작품을 만들지 않도록 추가 컷수에 따른 적정 수당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네이버 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쪽은 “휴재권 보장, 산재 보험 가입, 건강검진 지원, 작가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 등의 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 사무국장은 “휴재권을 보장한다지만, 휴재 기간동안 수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은 아니다. 플랫폼 기업이 시혜적으로 베풀어주는 방식이 아닌 작가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반박했다.
디지털콘텐츠 노동자 연구를 한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웹툰 작가들은 프리랜서이지만 마치 원·하청 관계처럼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수정 지시, 알고리즘을 통한 작품 전시 조정 등 직·간접적으로 통제를 받고 있다”며 “웹툰이 차세대 산업으로 커가는 과정에서 작가들이 휴식권과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기 위해 플랫폼이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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