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매출' SK하이닉스, 기쁨보다 우려 표출한 이유
하반기 불확실성 커져 먹구름 예고
SK하이닉스가 올 2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이라는 역대급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영업이익도 4조원을 넘기며 영업이익률 30%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기쁨보다는 우려가 앞선 상황이다. 상반기부터 계속되는 수요 하락이 하반기 전망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서다.
역대 최고 분기 매출 시현
27일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올 2분기 매출은 13조8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했다. 이는 분기 매출로는 역대 최대치다.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작년 4분기 12조3766억원보다도 1조4344억원 많다.
"D램 제품 가격은 하락했지만 낸드 가격이 상승했고, 전체적인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었다"는 것이 SK하이닉스 측의 분석이다. D램의 ASP(평균판매가격) 하락 영향을 출하량 증가로 상쇄한 셈이다. 2분기 D램은 컴퓨팅 제품의 견조한 판매로 약 10%의 출하량 증가를 달성했고, 낸드는 SSD 제품의 판매 확대로 한 자릿수 후반대의 출하량 증가를 기록했다.
솔리다임의 실적이 더해진 것도 매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사장)은 "2분기 매출에는 최근 인수 합병된 솔리다임의 매출도 기여했지만, 이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2분기 매출은 사상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달러화 강세 영향도 컸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수준에 달해 1분기 대비 5% 정도 올랐다. 수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에는 긍정적인 요소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재무담당은 "SK하이닉스는 100% 미국 달러 결제 기반이라 2분기 매출에는 5000억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 이상 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 속에서 수익성 하락 방어에도 성공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한 4조1926억원을 기록, 2분기 만에 다시 4조원대로 올라섰다. 주력제품인 10나노급 4세대(1a) D램과 176단 4D 낸드의 수율 개선과 비중 확대를 통해 단위당 원가를 절감, D램과 낸드 모두 수익성이 개선된 덕이다.
이에 따라 주춤했던 영업이익률도 다시 30%대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23.5%로 전 분기 대비 10.6%P(포인트) 줄었다가, 올 2분기 30.4%로 올랐다.
하반기 '먹구름' 어쩌나
하지만 하반기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전세계적인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비용 감축 움직임까지 나타나는 등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하반기에는 경기 침체를 우려한 기업들의 비용 절감과 투자 축소 움직임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버 고객사들은 상반기까지 메모리를 꾸준히 구매하는 추세였지만, 하반기부터는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우선 소진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런 시장 불확실성을 반영해 올해 출하량 계획을 하향 조정했다. 이어 시설투자(CAPEX) 규모 축소도 염두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 사장은 "올해 상반기 누적 투자금액은 8조8000억원대로 연간 투자 규모는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내년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생산량과 이에 필요한 투자 수준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들과 내년 시장 환경 및 예상되는 메모리 수요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투자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투자 계획 수립 시점도 예년보다 앞당긴 8~9월경에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축하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노 사장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만큼 축하하는 자리여야 하는데 하반기 시황, 내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어려운 말씀을 많이 드리게 됐다"며 "지난 10여년과 달리 최근에는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ASP 측면에서도 짧은 기간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 유연성이 회복되고 전체 시장이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메모리 시장이 예전과 같은 안정적 구조로 성장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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