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정부도 당도 잇단 '엄정 대응' 과거 다른 모습이긴 한데..

유범열, 이상훈 2022. 7. 2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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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쇼] 대우조선 하청파업·총경회의 대응

불법·기강 문제 '법과 원칙' 대응 평가
강경 태세 일변도 피로감도 공존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정부·여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전국 총경 회의를 두고도 '엄정 및 강경 대응' 원칙을 내세웠다. 이 같은 '강경 모드'에는 빛과 그늘이 동시에 존재한다.


1.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불법에 엄정"

51일간 이어졌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이 지난 22일 마무리됐다. 노측 요구사항인 임금 인상과 고용 승계 부분에 대해서 노사가 이견을 좁혔지만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19 이승환기자
협상 타결 전후로 정부·여당은 강한 어조로 노동계를 압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출근길에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며 사태 장기화 시 초유의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어 대통령 발언 직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헬기를 타고 파업 현장을 둘러보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여기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이 "정부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이며 정부·여당은 한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7.19 [국회사진기자단]
공개 압박 3일 뒤 노사가 합의를 이루자 여권에서는 "원칙론이 협상 타결을 촉진한 것"이라는 자평이 나왔다. 정부는 22일 관계장관 명의 입장문을 통해 "이번 합의는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 분규를 해결한 중요한 선례를 만든 것"이라며 "불법 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도 24일 페이스북에서 "법과 원칙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단호한 태도가 민주노총의 극한투쟁에 제동을 걸었다"며 "불법행위는 단호한 처벌로 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 "국기 문란" "경찰판 하나회"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2022.7.26 [이충우기자]
'엄정 대응' 기조는 최근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에 반발한 경찰에도 적용됐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안 국무회의 통과를 앞두고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정부는 '주도자 대기발령 및 참석자 감찰'이라는 강경책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이 30일 '전국 현장팀장 회의' 개최를 예고하는 등 반기를 굽히지 않자 정부와 집권여당은 '공직기강 확립'을 내세우며 경찰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경찰의 집단 반발은)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며 "깊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관 부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국 서장 회의를 '군사반란'에 빗대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25일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경찰은 물리력과 강제력, 심지어 무기도 소지할 수 있다.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게 바로 이러한 시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회의 참석자에 대해서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시사하기도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행정안전부내 경찰국 신설 및 최근 전국경찰서장 회의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2.7.25 [한주형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도 25일 페이스북에서 "경찰이 불법적 행위를 하면서 의인이라도 되는 양 행세하고 있다"면서 본질은 항명을 모의하는 '경찰판 하나회'라고 쏘아붙였다.

3. "혼란 재빨리 정리" vs "너무 거칠다"


정부·여당의 이 같은 대응에 일각에서는 '불법, 공직기강 해이'와 같이 사회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을 발 빠르게 정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강경 일변도'가 갈등 상황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경우 정부·여당의 '법과 원칙' 우선 기조에 정작 중요한 하도급 노동자의 불합리한 임금 처우 등 업계 구조적 문제 개선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노사 간 파업 손해배상 청구 문제 등 민감한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협상 타결 이후에도 노동자 측을 향해 지속적으로 강경 메시지를 내는 것이 과연 차후 원활한 노사대화 촉진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전국 총경회의 관련 대응도 행안부 경찰국 설치가 "급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대화를 우선시하기보다 '국가기강 문란, 쿠데타' 같은 거친 단어로 일선 경찰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내부 반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25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도 그렇고 정부가 (경찰을) 너무 거칠게 다루고 있다"며 "행안부에서 직접 감독한다는 것에 대해서 (경찰이) 정서적으로 좀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둬야 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사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이) 파업 공권력 개입과 경찰의 무소불위 등 더 큰 사회적 파장을 막았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정부와 집권여당이) 과격한 단어로 이해당사자의 감정을 건드려 자연스러운 갈등 해결을 어렵게 만든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범열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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