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칩4, 동맹보단 대화 위한 협력체..국익차원·관련국 모두 동의해야"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칩4, 아직 결정 내린 것 없다"
외신, 지지율 하락·'내부총질' 문자 "외교정책 영향있지 않나"
박진 "역사적 지도자 중 나중에 평가 받는 경우 종종 있어"

박진 외교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은 27일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대화, 이른바 ‘칩4’(Chip4·미국 한국 일본 대만)와 관련해 “한국이 칩4에 들어간다 할 경우에도 이건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 한국의 국익이란 차원에서 판단하고, 그것이 관련국에게도 모두 동의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간담회에서 ‘한국이 칩4 동맹에 협조한다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박 장관은 “언론에서 동맹이란 표현을 많이 쓰고 있지만, 사실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고 개발하는 국가들 사이에 대화하기 위한 협력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네 나라가 모여서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안정적 관리, 인재 양성, 연구개발 등을 협의하기 위한 협의체로서 일단 출발하자고 제의가 들어온 상태”라며 “한국 입장에서는 아직 결정 내린 게 없다. 우리 국익에 어떠한 도움이 될지, 부담되는 부분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결정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중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고 중국에 우리 반도체를 수출하고 있다. 중국에서 원자재도 수입하는 상황”이라며 “한중 관계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중국과도 공급망 안정적 관리를 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중국이 여기에 오해한다면 사전 해소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5년 만에 공석이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에 이신화 고려대학교 교수를 임명하는 것과 관련 “국제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북한인권 개선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 표명”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28일 임명장을 전수받는다.

박 장관은 “북한인권법을 충실히 이행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 삶의 질 향상시키는건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 지연돼 왔던 북한인권재단도 출범시켜서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적 지원과 국제적 협력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데드 크로스와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총질’ 관련 문자메시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정 운영 동력이 상실되고, 국제사회에서 외교정책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박 장관은 “외교부 장관이 답변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난처한 듯 웃었다.

박 장관은 “역사의 이름을 남긴 지도자의 경우를 보면, 재직 중에 그렇게 인기는 높지 않았지만 해야 할 일을 하고 나중에 평가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리 대한민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과 가치, 원칙을 지켜가면서 대외정책을 이끌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