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경찰대 불공정" 발언에 경찰 "보복성 표적삼기"..출신별 표정은 엇갈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대 개혁’을 화두로 들고나오자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을 출신별로 갈라치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경찰대 출신이냐, 아니냐에 따라 반응은 미묘하게 달랐다.
다수 경찰은 이 장관이 ‘경찰대 개혁’을 꺼내든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봤다. 경찰대 출신이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반대 흐름을 주도한 데 대한 일종의 보복 조치이자 경찰을 ‘경찰대 출신과 비경찰대 출신’으로 갈라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비경찰대 출신 A총경은 27일 “정권이 경찰대를 표적 삼는 것은 일종의 ‘보복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나라 안팎으로 중대한 국정 현안이 많은데 경찰대를 때리는 것이 시기적으로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경찰대 출신 B총경은 “처음부터 경찰대 폐지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경찰대가 특혜를 받는다는 지적 때문에 입학정원 감축, 편입제도 신설, 군 복무 의무화 등 개혁을 했다. 경찰 조직의 자존심을 짓밟는 와중에 경찰대를 공격하는 것은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또 “과거 경찰대 출신 지방청장이 주요 보직에 경찰대 출신을 채워넣는 잘못을 저지른 적도 있고, 경찰청장부터 주요 참모들이 대부분 경찰대 출신이라 ‘동문회인가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세력화를 방지하면 될 일이지, 어느 조직이든 우수 인력은 계속해서 공급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경찰대 출신들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경찰대를 졸업한 C경정은 “처음부터 경찰대를 목표로 삼아서 적폐세력인 것처럼 취급하는데, 이미 (경찰대 폐지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며 “10기 이전 경찰대생들은 특혜를 봤을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승진에서 쿼터제가 생기면서 오히려 ‘경찰대끼리의 경쟁’이 돼 역차별을 받고 있고, 형평상 불이익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 D총경은 “정권에 반기를 드는 세력이 경찰대 출신밖에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눈엣가시’가 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순경 공채 출신들 사이에선 행안부의 ‘순경 출신 승진 확대’ 방침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특히 총경 승진 인사를 앞둔 경정(일선 경찰서 과장급) 계급에서 기대가 높다. 연말 승진 심사를 앞두고 시험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 일선 경찰서 과장은 “경찰대 출신이 시·도 경찰청 요직을 차지하면서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문제를 느낄 때가 많았다”며 “순경 출신은 총경 승진만 해도 따로 대서특필될 정도였는데, 승진문이 넓어진다는 것은 당연히 반길 일”이라고 했다.
경찰대는 1981년 우수 인력 유치를 명분으로 설립됐다. ‘경찰대 개혁론’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제기됐다. 경찰대 출신이 엘리트 집단을 형성해 조직을 좌지우지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특혜 시비와 존폐 논의가 거듭됐다. 2018년 경찰대생의 대체병역제가 폐지되고 병역의무가 신설됐다. 2014년에는 입학정원이 120명에서 100명으로 줄었다.
경찰대 출신은 경찰 고위 계급의 다수를 차지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 서장급인 총경 계급의 경우 전체 632명 중 381명(60.3%)이 경찰대 출신이다. 경무관 계급은 경찰대 출신이 80명 중 59명(73.8%), 치안감 계급은 34명 중 25명(73.5%)이다. 치안정감은 7명 중 3명이 경찰대 출신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경찰대 7기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경찰대 특혜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았고, 순경 출신이 경위가 되려면 15년 이상이 걸리는데 불공정한 측면이 있는 것도 맞다”며 “다만 경찰대 출신이 경찰의 전반적 자질 면에서 기여한 바가 분명한 만큼 폐지보다는 불공정을 최소화할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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