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깨어난 노동자의 힘.. 노사 권력구도에 변화 올까

박용하 기자 2022. 7. 2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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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있는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체크인 카운터가 이 회사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텅 비어 있다. 프랑크푸르트 | AP연합뉴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속에 미국과 유럽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 물결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국가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파업이 확산되면서, 일각에선 노사관계에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1970년 이래 수십년간 위축돼온 노동자의 힘이 코로나19 사태와 일손 부족을 통해 회복되며 ‘반전’의 조짐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4만명이 넘는 영국 철도해운노동조합(RMT) 소속 노동자들은 27일 영국 전역에서 대대적인 파업에 들어간다. 독일에서는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지상 근무 요원들이 파업을 예고했다. 이로 인해 루프트한자의 프랑크푸르트발 항공기 678편, 뮌헨발 345편 등 모두 1000여편의 비행이 취소됐다.

파업의 물결은 앞으로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영국 통신노조(CWU) 조합원 11만5000명이 파업을 결의했으며, 미국에서는 F-15 등의 군용 항공기를 제작하는 보잉 공장 노동자 2500여명이 다음달 1일부터 파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호주에서는 콴타스항공 등으로부터 공항서비스 업무를 수주한 Dnata(두바이국립항공여행사) 소속 지상 승무원들이 파업을 위한 표결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를 막론하고 파업이 이어지자 일각에선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일손 부족 사태, 물가 상승에 따른 노동자의 생활고 등이 겹치면서 노사관계의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선 지난 수십년간 노조의 영향력이 감소되는 현상이 이어져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선진국 전체의 노조 밀도(총 노동자수 대비 노조원 수)는 1970년 33.9%에서 2019년 15.8%로 반토막났다. 미국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중대한 작업중단 사례와 쟁의행위에 따른 총 손실일수 모두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으며, 일본에서는 1990년대 경제불황 이후 노조가 임금 인상보다 고용 안정을 우선시하며 쟁의 행위가 크게 축소됐다.

최근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노조의 동면을 깨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들어 6월까지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노조 설립 청원서를 제출한 사업장은 1411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급증했다. 특히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대기업 사업장에서 노조 설립 신고가 이어지며 사회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람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회사들이 나오면서, 노동자들은 급여와 노동환경에 대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도 노조의 움직임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노조 조합원들이 절반으로 쪼그라든 영국에서는 최근 철도 파업이 시작된 뒤 노조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올해 8%의 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고용 안정에 중점을 뒀던 그간의 기류와 확연히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노조 활동이 꿈틀대며 일각에선 쟁의행위가 더 확산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일어난 파업들은 노동권 침해와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비판을 받은 운수업 등에서 촉발됐지만, 다른 분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고용주가 노사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며 쇠퇴한 노동쟁의를 다른 노동자들이 반전시킬지의 여부가 관건”이라며 “상황이 무르익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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