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개량백신으로 4차 접종 한다는데, 기다릴까?..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백신 예방 아닌 치료에 초점 맞춰야" 지적도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미국이 올 가을로 예정된 전 국민 대상 4차 접종에 기존 백신 접종 계획을 중단하고, 새 변이 바이러스에 맞춰 나온 '개량 백신'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재유행 우려가 커지면서 기존 백신의 4차 접종 대상을 확대하고 접종을 독려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새 백신에 대한 접종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석달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다. 기존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이 빠르고 면역 회피 능력이 뛰어난 BA.5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확산세가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BA.5보다 전파력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BA.2.75(켄타우로스 변이) 확진자도 추가 발생해 4명으로 늘었다. 4차 접종 이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정부는 다음달 말에 개량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한 상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올 가을 이전에 개량 백신을 승인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 방역당국은 올 가을 4차 접종에서 개량 백신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상황을 총괄하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25일(현지 시각) 한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변이 예측이 어렵지만, 오미크론 변이를 겨냥한 개량 백신을 부스터 샷으로 접종하는 것이 미래의 파동을 예측하는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에 한해서는 기존 백신으로라도 4차 접종을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0대 이상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맞는 게 맞고, 이외에도 평상시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면 중증화율을 낮추기 위해 접종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량 백신이 나오더라도 50대 미만인 사람들까지 단체로 접종하는 것이 맞을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엄 교수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변이와 유사한 전파력과 치명률을 가진 바이러스 예방 목적이라고 가정할 때,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개량 백신 접종을 진행하는 것이 실제 이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50대 미만에서는 매우 낮은 치명률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또한 "9월 초에 대규모 항체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한국 전체 자연감염률이 7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자연감염이 됐다면 확실한 항체가 생겨서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감염되더라도 (고위험군이 아닌 이상) 거의 무증상으로 지나간다"면서 "이미 감염된 사람들 입장에서는 백신을 추가 접종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대유행을 한차례 겪은 이상 그 하위 변이의 재유행에 대한 대응은 2년 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천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던 2년 전과는 대처방법이나 의료환경이 달라져야 한다"면서 "대유행을 겪으며 자연감염률이 높아졌다면 이제 백신 등 예방이 아닌 치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위험군 환자들의 병력을 다 파악하지 못하는 개인 의원에서 경구치료제 처방을 해주는 데에는 부담이 있다"면서 "종합병원에서도 대면진료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처방을 해줄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올해 5월부터 코로나19 경구치료제를 약국에서 처방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줬다"면서 "현재 우리 의료환경에서는 치료제의 즉각적인 투여로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 있는 환자를 응급환자로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날 기준 국내 50대의 4차 접종 예약률은 11.2%, 접종률은 3.6%으로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60세 이상의 4차 접종률 또한 39.8%에 그쳤다. 같은 연령대 3차 접종률이 80%를 웃돌았던 올해 초와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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