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싸우는 '앙숙' 태국과 캄보디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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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캄보디아가 람두안(Lamduan) 꽃을 배경으로 한 영화 포스터 한 장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태국 누리꾼 A씨는 "2005년 캄보디아가 국화를 지정하기 이전에 태국 이사안주(州)가 먼저 지방을 대표하는 꽃으로 람두안을 지정·발표한 바 있다"며 "보편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꽃 배경이 이렇게 문제가 될 일인가"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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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지속된 역사적 사회적 갈등이 배경
태국과 캄보디아가 람두안(Lamduan) 꽃을 배경으로 한 영화 포스터 한 장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캄보디아의 국화(國花)인 람두안 꽃을 태국이 함부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꽃 하나 때문에 왜 그럴까'라는 의문도 들지만, 역사·사회적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양국은 날 선 언어로 서로를 공격하는 데 여념이 없다.
"국화 절도" vs "보편적 의미"
27일 방콕포스트와 크메르타임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지난 23일 로맨틱 코미디 영화 '러브 데스티니(Love Destiny)'를 제작한 태국의 영화사 GDH가 메인 포스터를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포스터에는 영화의 두 주인공이 서 있는데, 이들의 뒤로 동남아에서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로 유명한 람두안 꽃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설전의 포문을 연 건 캄보디아 누리꾼들이었다. 이들은 GDH SNS를 대거 방문해 "한 나라의 국화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절도", "캄보디아 문화에 무지하면 구글에 검색이라도 해 봐라"고 연달아 쏘아붙였다. 감정이 격해진 일부 캄보디아인들은 람두안 꽃을 태국의 국화인 황금샤워나무(Golden shower tree) 꽃으로 바꾼 새 포스터를 편집해 올리기도 했다.
태국인들도 발끈했다. 람두안 꽃이 인도차이나반도 전역에서 널리 자라는 수종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태국 누리꾼 A씨는 "2005년 캄보디아가 국화를 지정하기 이전에 태국 이사안주(州)가 먼저 지방을 대표하는 꽃으로 람두안을 지정·발표한 바 있다"며 "보편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꽃 배경이 이렇게 문제가 될 일인가"라고 반박했다.
풀리지 않는 갈등… 결국 배경 꽃 교체
람두안 논쟁의 배경에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양국의 민감한 역사·사회적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13세기까지 인도차이나를 지배했던 국가는 캄보디아의 전신인 크메르 제국이었다. 하지만 크메르 제국은 중국 남부에서 이주한 타이족의 수코타이·아유타야 왕국 등에 밀려 멸망했다. 이후에도 쇠퇴와 몰락을 거듭한 캄보디아는 현재까지 태국에 값싼 노동자를 공급하는 가난한 '하위국가'에 머무는 실정이다. 캄보디아 입장에선 태국이 과거의 영광을 앗아가고 현재의 가난을 고착화시킨 국가로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태국 내 캄보디아 '노동자 하대' 문제는 양국의 갈등을 언제든 다시 촉발시킬 수 있는 '뇌관'이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은 태국인들이 기피하는 △청소 △단순 생산 △농작물 수확 등의 일을 주로 하고 있는데, 일부 태국 고용주들은 캄보디아인 노동 착취와 임금 미지급 문제를 지속적으로 일으켜 캄보디아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태국인들은 현지에서 범죄 등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캄보디아 노동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일부 태국 누리꾼들은 "꽃에 신경 쓸 시간에 캄보디아에서 밀입국한 노동자들이나 깨끗하게 씻겨 데려가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논란이 멈추지 않자 GDH는 지난 24일 포스터 배경을 람두안 꽃에서 푸르푸레아바우히니아(white bauhinia purpurea) 꽃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이날도 람두안 꽃 배경의 포스터가 처음 게재된 SNS 페이지에는 양국 누리꾼들의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해당 페이지의 댓글 수는 1만8,000여 개에 달한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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