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이 되찾은 문화재..왕실 도장 담는 '보록' 英서 금의환향
27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한국의 집에서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과 라이엇게임즈가 만났다. 수 백년 전 만들어진 문화재를 다루는 기관과 21세기 놀이문화를 만드는 게임회사가 뜬금없이 한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접점은 물론 정책·사업적으로 엮일 일이 없을 것 같은 재단과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들은 네모난 낡은 상자를 바라보며 연신 웃었다.
이들이 단상에 올린 상자는 '보록'이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에게 존호나 시호 등을 올리며 제작된 어보(御寶)를 담아둔 외함이다. 역사성을 두루 갖춘데다, 조선왕실 관련 연구 외연을 넓힐 수 있는 단초가 되는 문화재라 가치가 상당하다. 종묘나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어야 할 이 보록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불과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문화재당국과 게임회사가 한 자리에 모인 이유다.
보록을 되찾아오는 과정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연상케 한다. 지난해 말 재단이 보록이 경매에 올라온다는 유통정보를 입수한 후 6개월 간 긴박한 매입 작업이 이뤄졌다. 코로나19(COVID-19)로 소장자와의 협의나 가치 파악 현지 조사가 쉽지 않았지만,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문가 검토와 법률자문 등을 진행해 보록의 문화재적 가치를 확인하고 소장자를 설득해 예정돼 있던 매도를 막았다.
이에 재단은 지난 5월 라이엇 게임즈와 문화재 매입을 협의했고, 자금을 포함해 환수절차 전반을 라이엇 게임즈가 지원사격하며 보록의 환수가 가능해졌다. 앞서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부터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이란 이름의 사회환원 프로젝트를 시작해 정부 문화유산 지원에 68억원 이상을 기부했고, 이 중 국외문화재환수를 위해 22억원을 사용했다.
라이엇 게임즈의 이런 장기 프로젝트는 회사 임직원들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게이머들의 참여로 완성됐다. 실제로 초기 롤에 나오는 한국계 챔피언 아리 관련 아이템 판매금 6개월치에 회사 자금을 보태 기부금이 마련됐다. 석가삼존도를 시작해 이번 보록까지 6점의 환수문화재에 '게이머들이 되찾아온 문화재'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사회공헌사업총괄은 "우리는 문화재 분야에 문외한이지만 문화 뿌리를 보호한다는 의미로 미리 필요한 기금을 준비하고 빠르게 지원하고 있다"며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게임사라 여러 지역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 문화재 사업은 다른 지역에서도 참고할 만큼 진정성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혁진 라이엇 게임즈 대표도 "한국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한지 올해로 만 10년이 넘었다"며 "문화의 힘을 믿고 진행했고, 문화재청과 재단 같은 파트너들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재 환수가) 민간기업이 참여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지만, 앞으로도 우리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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