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만 늘고 처우 열악' 경찰대 출신, 로스쿨行 196명

신하영 2022. 7. 27. 16: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25개 로스쿨 입학 경찰대 출신 70명
"경찰, 하나회 취급하는데 애정 생기나" 비판도
졸업 후 6년 의무복무 못 채우면 학비 상환해야
"로스쿨 진학 경찰대학 출신, 이해 간다" 반응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이 열린 2019년 3월 12일 충남 아산 경찰대학 연병장에서 임용 경찰관들이 정모를 던지며 임용을 축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경찰대 출신이라면 엘리트들인데 이들이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먼서 굳이 경찰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서울 소재 모 지구대 팀장으로 재직 중인 김모 경감은 경찰대 출신들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반문했다. 경찰대 출신 중 승진이나 처우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늘면서 로스쿨행(行)을 택하는 인원도 자연히 늘었다는 얘기다. 27일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전국 25개 로스쿨에 재학·휴학(재적) 중인 경찰대 출신은 총 196명으로 집계됐다. 경희대가 3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성균관대(20명), 충남대(18명), 원광대(16명), 경북대(13명) 순이다.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몫”

최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두고 논란이 격화되면서 ‘경찰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로스쿨을 택하게 하는 원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5일 “언제든 강제력·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경찰이 상관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전국 총경 3분의 1에 가까운 경찰서장 190여 명이 회의를 열고 ‘경찰국 신설 보류’를 논의한 데에 대한 비판이다.

서울 소재 한 경찰서 김모 경감은 이에 대해 “승진·처우 조건이 열악한데도 경찰을 하나회 취급하는 등 부정적 시선에 시달리고 있으니 경찰대 출신들의 로스쿨행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로스쿨에 재학·휴학 중인 경찰대 출신 196명 중 36%인 70명은 올해 로스쿨에 입학한 신입생들이다. 로스쿨 총 입학정원이 2000명인 점을 감안할 때 경찰대 출신은 3.5%를 차지했다. 이들은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경찰대 졸업 후 의무복무기간 6년을 채우지 못할 경우 그간 국민 세금으로 지원받았던 학비를 상환해야 한다. 경찰대학 설치법 제10조는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된 사람은 6년간 경찰에 복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기준 경찰대생 한 명이 재학 중 지원받은 학비·기숙사·교재비 등 총액은 6760만원에 달한다.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못한 기간이 길수록 상환해야 할 금액도 늘어난다.

일선 경찰들은 이러한 상환 규정에도 불구, 로스쿨로 진학하는 경찰대 출신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서울소재 한 경찰서 이모 경감은 “입학하기 힘들다는 경찰대를 졸업해도 4급 총경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만년 경정으로 지내는 사람도 많다”며 인사 적체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은 늘었지만 인력충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업무량이 폭증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서울 소재 경찰서 장모 수사관은 “비번인 날에도 사건이 있으면 근무해야 할 정도로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서울 모 경찰서 권모 경감도 “경찰 재직 중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며 “야간 근무를 수시로 해야 하니 밤낮이 계속 바뀌고 삶의 패턴도 무너지는데 급여는 낮다”고 토로했다.

“로스쿨행, 인력관리 실패” 지적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까지 경찰대 졸업 후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않고 조기 퇴직한 경찰관은 총 97명, 연평균 13.8명이다. 경찰대 신입생 입학정원(50명)의 27%가 해마다 조기 퇴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찰대 출신들의 이탈을 인력관리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키워낸 경찰대 출신 인력이 조기 퇴직하는 상황은 국가적으로도 비용 낭비란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처우가 좋지 않으니 조직에 실망하게 되고 다른 경로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조직의 인력관리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행안부 장관이 경찰대 출신을 하나회 세력, 쿠테타 세력으로 보고 있는데 조직에 애정이 생기겠나”라고 비판했다.

임준택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경찰대 출신 중 4급 총경까지 승진하는 인원이 40% 정도”라며 “100명 중 60명은 열심히 일해도 5급까지밖에 승진하지 못할 정도로 인사 적체가 심하다. 처우 개선과 함께 인사 적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의 양모 경정은 “경찰관들은 사고가 터지면 수습하느라 바쁜데 열심히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박하고 승진이 잘 되지 않는다”라며 “제대로 된 보상을 해야 이탈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기준 전국 법학전문대학원에 재적 중인 경찰대학 출신 현황(자료 : 사법시험준비생모임)

신하영 (shy1101@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