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불참 속 노병대회.."이 땅서 전쟁 아직 안 끝나"(종합2보)
김덕훈 맨앞 호명 눈길..고령 노병들 '노마스크'로 행사 참석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북한이 '전승절'로 칭하는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전국노병대회를 개최했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원한 전승의 명절에 즈음하여 온 나라 인민의 숭고한 경의와 열렬한 축하 속에 제8차 전국노병대회가 7월 26일 수도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덕훈·조용원·최룡해·박정천·리병철 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행사장 앞자리인 주석단에 앉았다. 애초 예상과 달리 김 위원장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일환 당 비서와 오일정 당 군정지도부장, 리창대 국가보위상, 박수일 사회안전상, 리영길 국방상, 정경택 군 총정치국장, 리태섭군 총참모장 등 당·정·군 간부들도 주석단에 올랐다.
올해 노병대회는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참석해 연설을 통해 핵실험 등 핵무력 관련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되어 주목됐지만, 김 위원장은 불참했다.
전국 노병들에게 보내는 축하문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작성돼 조용원 당 비서가 전달했다.
당 중앙위는 축하문에서 "이 땅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우리 스스로가 선택해 가고 있고 세대를 이어가야 할 혁명의 길은 제국주의와의 첨예한 대결을 동반한다"고 밝혔다.
다만 핵무력 개발이나 국방력 강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북한에서 전승절 기념 노병대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기인 1993년 정전협정 체결 40주년에 처음 열렸고,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59주년(2012년), 60주년(2013년), 62주년(2015년), 65주년(2018년), 67주년(2020년)과 지난해 68주년에 개최돼 올해 3년 연속 열렸다.
총 여덟 번의 노병대회 중 일곱 번이 김정은 집권 이후 열렸으며, 그중 김 위원장이 대회에 참석해 직접 연설까지 한 것은 2015, 2020년과 지난해 등 세 차례다.
이번 행사에서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호명 순서도 눈길을 끈다.
통신은 이날 주석단에 등단한 상무위원들을 소개하면서 김덕훈 내각총리를 가장 앞세웠으며 이후 조용원·최룡해·박정천·리병철 순서로 호명했다.
기존에 알려진 공식 권력 서열에서 김덕훈과 최룡해의 순서가 뒤바뀐 것으로, 앞서 북한은 지난달 9일 당 전원회의 확대회의 소집 사실을 보도했을 때도 이 순서로 호명했다.
최근 북한이 대북제재 장기화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민생이 악화하면서 경제문제에 부쩍 주력해왔고, 김덕훈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운 점 등까지 고려하면 서열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북한이 행사 성격에 따라 호명순에서 변화를 주는 경우도 빈번해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많다.
또 방청석에서 황병서 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모습도 포착됐다. 그는 2017년 인민군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된 후 이듬해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지난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새로 구성된 당중앙위 위원·후보위원 명단에서 빠졌다.
그러나 지난 6월 당 비서국 확대회의에 참석한 점으로 미뤄 당내 직책을 유지는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대회가 열린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을 가득 메운 1만여 명의 고령 노병들이 '노마스크' 상태로 행사에 참석한 점도 주목된다.
북한이 전날 전국에서 발생한 신규 발열 환자가 18명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다는 방역 자신감을 나타낸 걸로 보인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노동당 각급 당위원회 조직부 당생활지도 부문일군(간부) 특별강습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는 소식이 이튿날인 지난 9일 보도된 이후 19일째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핵실험 준비' 등 모종의 도발을 기획하고 있거나 코로나19 확진 가능성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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