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은행들..수조원대 이상 해외송금 사태 '일파만파'
기사내용 요약
대규모 횡령 이어 비정상 외환거래로 '내부통제 마비' 지적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통해 해외로 송금, 코인 환치기 정황
우리·신한은행만 4조 넘어…금감원 점검 대상 7조원 규모
당국 "은행 시스템 전반 점검, 현행법 따라 엄중 조치할 것"
[서울=뉴시스] 이정필 이주혜 기자 = 시중은행을 통한 비정상적인 거액의 해외송금 사태가 업계 전반으로 번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최대 7조원을 넘는 대규모 거래가 이뤄졌고, 가상자산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의 초점은 내부통제가 무너진 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앞으로 검사 결과 외환업무 취급이나 자금세탁방지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검찰과 국정원에서도 은행권의 이상 외환거래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은 27일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잠정결과를 발표하고, 오는 8월5일 이후 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점검 대상거래는 신설·영세업체의 대규모 송금거래, 가상자산 관련 송금거래, 특정 영업점을 통한 집중적 송금거래 등이다.
지난해 이후 신설업체로 외환송금액이 5000만 달러 이상이면서 ▲자본금의 100배 이상이거나 ▲가상자산거래소 연계계좌 운영 은행(신한·전북·NH농협·케이뱅크)으로부터의 입금 거래가 빈번하거나 ▲특정 영업점의 외환송금 실적 50% 이상 차지하는 거래가 대상이다.
주요 점검 대상 거래규모는 현재 금감원에서 검사 중인 거래를 포함해 상반기 44개 업체, 53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7조원을 넘어가는 규모로 업계에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외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등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검찰과 국정원에서도 은행권의 이상 외환거래 조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이 현재까지 우리와 신한 2개 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송금 잠정 거래는 중복 제외 22개 업체, 4조1000억원(33억7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은행이 보고한 8개 업체, 2조1000억원(20억2000만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부분의 송금거래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집금돼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로 드러났다. 일부 거래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흘러들어오는 자금과 일반적인 상거래를 통해 들어온 자금이 섞여서 해외로 송금됐다. 해외법인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가 아닌 일반법인들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외환업무 취급 및 자금세탁방지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은행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증빙서류 확인 없이 송금을 취급하거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상 고객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등이 해당된다.
외국환거래법상 주요 점검사항은 ▲외환 지급·수령 거래 취급 시 은행이 법상 거래당사자의 신고 의무가 있는 거래(제3자 지급 등)인지를 확인했는지 ▲외환 지급·수령 거래 취급 시 은행이 외환거래 입증서류를 제출받아 제대로 확인했는지 등이다.
특금법상 주요 점검사항은 ▲신규 고객 등에 대해 은행이 고객의 신원에 관한 사항을 제대로 확인했는지 ▲자금세탁행위가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했는지 ▲고액의 현금거래에 대해 은행이 FIU에 보고했는지 등이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횡령 사태에 이어 비정상적인 거액의 해외송금까지 잇달아 터지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붕괴됐다는 지적이 커진다. 시중은행들은 이상 해외송금과 관련해 자체조사 결과 현재까지 특이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앞서 하나은행 검사가 유사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영업점 업무정지나 과태료 처분을 통해 모든 은행이 알게 되고 내부통제를 잘 하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며 "은행에서 내부통제를 강화해 이런 일들이 이뤄지지 않게끔 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거래가 계속 있던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부원장은 "은행권 시스템, 내부통제 문제는 이번에 검사 끝나고 나서 전체적으로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많은 외환 거래가 있기 때문에 모든 이상 거래를 완벽하게 추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위험 요인을 선별해서 보는 시스템이다. 내부통제가 실제 송금 이뤄질 때 어떻게 위험거래를 잘 포착할지,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win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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