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희망 ◯◯◯ 검사님" 검찰청 앞 응원 플래카드 걸린 이유
“서민들의 희망 이부용 검사님! 오늘도 파이팅!! 사랑합니다♡♡”
지난 21일 오후 1시쯤 찾은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정문 앞에는 위와 같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위 문구 바로 밑에는 “이부용 검사님! 구로주택사기 범죄집단 평생 감옥 살게 해주세요!”라는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다. 이는 ‘구로지역주택조합 사기피해자모임’이라는 단체에서 검사의 적극적 수사와 기소를 촉구하기 위해 내건 것이다.
보통 법원·검찰청 앞에는 판·검사들에 대한 비난이나, 피고인에게 강한 형벌을 구형해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검사를 응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달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 부장급 검사는 “20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면서 청사에 출근할 때 욕설이 적힌 현수막을 보고 시각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 뿐인데 칭찬이 적힌 플래카드는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플래카드를 내건 사람은 유한승(47) 구로동지역주택조합 피해자모임 대표로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구로동지역주택조합 사건’ 피해자 중 하나다. 전직 조합 추진위원장 이모(79)씨와 업무대행사 대표 류모(59)씨 등 3명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건인데, 이들은 2016년 1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피해자 477명으로부터 계약금 합계 약 239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토지사용권원 60~80%를 확보해 2021년 아파트 입주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했다. 지역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주택건설대지 면적 80% 이상 토지사용권원 확보’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확보한 토지사용권원은 실제로 20~30%에 그쳐 80% 기준에 한참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현수막 아이디어는 일종의 전략”이라고 했다. 피해자 모임 측은 2020년 1차 고소를 진행했는데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A 검사는 피고인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유씨는 ‘가만히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해 2차 고소부터는 검사가 기분이 나쁘지 않으면서도 사건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한다.
2020년 중순부터 새로 사건을 담당하게 된 임수민 검사에게 “검사님 정의를 위해 애써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붙여준 것이 응원 현수막의 시초였다. 임 검사는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3번이나 청구해 사기 용의자들을 구속시켰고 지난해 12월 기소에도 성공했다.
한편 지난 2월 검찰 인사 후 이부용 검사가 해당 사건을 맡아 공판을 진행하면서 자연히 현수막 응원 문구도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이 검사는 별도 코멘트를 남기지 않았다. 남부지검에서는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26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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