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까지 간편식으로 사먹어야 하나요"
탕, 찌게류 등 한식까지 가정간편식으로 대체
정부 당국, 선제적으로 서민물가 관리 나서야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최모씨(53)는 요즘 4인 가족 식비를 더 이상 감당키 부담스러워 가정간편식(HMR)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모처럼 외식을 즐기려고 했지만 음식점 가격에 놀란 데다, 동네 마트에서 파는 삼겹살과 수입산 쇠고기에 두부, 감자, 파, 마늘, 상추, 시금치 가격까지 무섭게 뛰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여름방학에 들어간 중고생 두 아들의 하루 식비가 한두달 전에 비해 2~3배나 더 올랐다”며 “삼시세끼 설거지 공포를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된장찌게까지 간편식으로 사먹는 ‘돌밥(돌아서면 밥)’ 시절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주부들이 한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가정의 식단까지 간편식으로 대체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일품요리로 구입하던 ‘반조리 가공식품’을 식탁 대표 메뉴로 올리는 등 폭등하는 식재료 값을 견디지 못해 탕과 찌개류까지 가공식품으로 사먹고 있는 추세다. 식재료를 따로따로 구입해 직접 조리하는 것보다 가격이 싸고 가성비도 좋기 때문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달 들어 26일까지 간편식(밀키트) 매출을 알아본 결과 불고기 전골 등 한식 메뉴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자체브랜드(PB)인 ‘피코크’ 소불고기 전골의 경우 두 달 전(5월1~26일)에 비해 판매량이 95.6% 늘었고 리북방 순대전골(35.7%), 병천식 순대곱창볶음(20.2%)과 매콤순대볶음(10.8%)도 많이 팔리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모임에 나갔다가 외식가격에 놀란 주부들이 고기와 야채 등 신선식품 가격에 두번 놀라면서 평소 집에서 즐겨먹던 한식도 밀키트로 대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같은 기간 간편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체 브랜드 ‘홈플러스시그니처’ 소불고기 버섯전골(490g)은 189%, 우삼겹 된장찌개(670g)는 154%, 감자수제비 순두부찌개(1100g)는 118% 판매량이 급증했다. 롯데마트는 7월 들어 밀키트 매출이 전월 대비 55% 이상 늘었고 특히 캠핑용 먹거리로 잘 나가는 자체 브랜드 ‘요리하다’ 부대찌개가 20% 이상 신장하는 등 한우 곱창전골과 통마늘 들깨 닭근위 볶음도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푸짐한 양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인 때문인지 요즘은 반조리 한식도 많이 팔리고 있다”며 “여름 캠핑을 갈 때도 삼겹살 가격이 부담스러워서인지 전골과 찌게류를 많이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11번가에서는 같은 기간 한식(61%)이 중식·동남아(29%) 일품 간편식보다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었다. 11번가 관계자는 “한식의 경우 전골, 탕, 볶음요리 등 갖은 식재료가 들어가는 만큼 간편식이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우거지감자탕, 추어탕, 언양식 불고기 등 집밥을 간편식으로 대체하는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SSG닷컴은 피코크 오뎅식당 부대찌개, 의정부식 부대찌개, 송탄식부대찌개 등 찌개류 판매가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무더운 날씨에 삼계탕과 삼계죽, 해신탕 등 보양식도 간편식으로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주부들 사이에 ‘오늘이 가장 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연일 식재료 물가가 폭등하자 가정간편식이 늘고 있다”며 “정부 당국은 서민들의 밥상물가 안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더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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