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성범죄·성매매 신고 제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지급 방식에 '외면'

채민석 기자 2022. 7. 27. 15: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 발생한 성범죄의 약 26.4%가 20세 이하 피해자 대상
보상금 최대 100만원.. 유사 제도는 '최대 5억원' 지급
"활성화 위해 지급요건·보상금액 등 조정 필요"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신고포상금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신고 건수가 5년 동안 164건에 불과했고, 이 중 포상금이 지급된 건 49건뿐이다. 1년에 10건이 채 되지 않는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신고 제도는 활성화되지 않은 모습이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대는 최근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신고포상금제도의 통합적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공개했다. 이 논문은 남성은 부산경찰청 부산진경찰서 경위와 장인호 경찰대학 법학과 치안대학원 부교수가 쓴 것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신고포상제도가 다른 유사 제도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고포상금 제도 안내 게시물.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캡처

논문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포상금 신청건수는 164건이고, 실제 포상금 지급 건수는 49건으로 지급률은 약 29.8%에 불과했다. 최근 2년으로 범위를 줄여봐도 신청 건수는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42건·44건이었으며, 지급 건수도 11건·15건이었다. 지급률도 3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2020년에 발생한 성범죄의 약 26.4%가 20세 이하 피해자 대상으로 발생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아동·청소년 관련 성범죄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작 신고 제도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포상금 지급 실적이 저조한 이유가 제도 자체에 있다고 봤다.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신고포상금제도는 지급 대상 범죄를 ‘13세 이상 16세 미만 아동·청소년 간음·추행’,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요행위’ 등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중 일부만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급요건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신고된 사람이 신고포상 대상범죄로 기소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로만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에 대해 검사의 기소 또는 기소유예가 이뤄지지 않으면 포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신고 대상도 복잡하고, 지급요건도 까다롭기 때문에 일부러 신고를 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포상금도 최대 100만원에 불과하다.

‘성매매신고보상금제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성매매알선 등 성매매범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 위해 시행됐지만, 정작 보상금 지급 대상은 성매매범죄가 아닌 일부 특정한 유형의 성매매범죄로 제한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성매매신고보상금을 신청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면 유사 제도인 ‘범인검거등공로자보상금제도’는 2019년 한 해에만 지급 보상금 건수 3053건, 보상금액 9억99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사회적으로 활성화돼있다. 범인검거등공로자보상금제도는 지급 대상에 모든 형사범죄를 포함하고 있어 신청이 용이하다. 또한 보상금 액수도 범죄 형량에 따라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책정돼있지만, 피해 규모가 심각하거나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에 대해서는 최고 5억원까지 지급한다.

지급요건도 범인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 사람,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물을 제출한 사람, 그 밖에 범인 검거와 관련하여 경찰수사 활동에 협조한 사람 등 그 범위가 넓다.

논문은 성범죄 신고 포상금 제도를 활성화하려면 포상금 지급 대상범죄를 확대해 제도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현재 다른 제도와의 포상금 지급금액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유사 제도인 범죄범인검거등공로자보상금제도와 동일범죄에 대한 포상금 기준금액을 적절하도록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진행한 남성은 경위는 “신고대상자가 기소 또는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져야만 포상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점 등 검거에만 치중된 지급요건을 해결해야 한다”며 “신고를 통해 사법처리가 힘든 경우에도 신고로 인해 아동·청소년 피해자보호에 기여를 하거나,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도록 중요증거를 확보하는데 기여한 신고자에게도 포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