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이 범죄 원인인 것처럼 보도한 MBN·YTN '권고'
방송심의 규정 '객관적 근거 없이 정신질환을 범죄행위의 원인으로 단정해서는 안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MBN, YTN이 범행과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신질환을 범죄 원인인 것처럼 보도했다며 이들 방송사에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방송소위는 지난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MBN 보도에 대한 보도국 소명(의견진술)을 듣고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MBN 종합뉴스'는 5월14일 '어머니 둔기로 때린 딸'이라는 제목으로 60대 딸이 80대 어머니를 둔기로 때린 사건을 보도했다. 기자는 “조사 결과 60대 딸은 어린 시절부터 정신질환을 앓다가 1년 전쯤 퇴원해 어머니와 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이어 '1년 전쯤 정신병원 퇴원해 함께 살아'라는 자막, “오래 전부터 조현병하고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계속 약은 복용했었고”라는 경찰 관계자 인터뷰를 내보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3조(범죄사건 보도 등) 제5항을 보면, 방송은 범죄사건 가해자의 정신건강 관련 정보 공개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객관적 근거 없이 정신질환을 범죄행위의 원인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방송소위에 출석한 김성철 MBN 보도국 경제부장은 “해당 질환을 앓고 계신 분과 관련 가족분들께 불편함을 드려 송구스럽다”며 “재발방지를 위한 여러 후속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경제부장은 “정신질환을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단정해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MBN 보도국 소속 뉴스 제작진은 이미 교육을 받았다. 당시 사건 보도 때 취재 기자와 뉴스 작성 기자와의 소통이 부족했고, 당시 꼼꼼히 점검하지 못했던 저의 불찰”이라면서 “문서 형태로 가이드라인 교육 내용을 배포했다. 뉴스 최종 방송 전 데스킹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이번 사안에 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교육의 구체적 내용을 묻는 질문에 김 부장은 “정신질환과 관련해서 어떻게 용어를 써야하는지에 대해 기자들마다 온도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경찰에서 정신질환을) 원인으로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기자 입장에서 주요 원인으로 적시하지 말고 최대한 중화시키거나, '여러 가지 요인을 조사 중이다' 정도로만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송소위 위원들은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N은 동일한 사안으로 작년 11월, 올해 3월에 이어 세 번째로 안건에 올랐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언제나 의견진술을 하러 오면 그날만 특수하게 놓쳤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세 번 정도 반복되면 방송사의 진정성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위원은 “전면금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신질환을 범행 인과관계와) 연관지어서 관행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 기자, 시청자위원들과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서 정확하게 기준을 마련해 공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광복 소위원장(국회의장 추천)도 “보통 언급만해도 사람들은 바로 연관되어있다고 받아들이니까 언급하는 것이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의 경우 MBN 외에도 여러 방송사에서 해당 사안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전체 방송사에 앞으로 이런 것들을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법정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공문을 보내고, 한국기자협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공동 세미나를 열어 전체 언론사들이 이 사안에 대해 인지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위는 이날 MBN 보도에 대해 위원 4인 중 3인(윤성옥 위원은 주의) 의견으로 권고를 의결했다.
이날 YTN도 유사한 사안으로 방송소위 안건에 상정됐다. 지난 5월31일 'YTN 24'를 통해 보도된 '전지훈련 온 선수 부녀 '묻지마 폭행' 당해'에 대해서다.
당시 YTN 앵커는 “경찰은 정신 질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취재 기자 또한 사건 경과 등을 소개한 후 “경찰은 범행동기와 정신질환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막으로는 '특수폭행 혐의 피의자 구속…정신질환 여부 조사'라는 내용을 썼다.
소위 위원들은 앞서 MBN 보도에 대한 논의를 고려해 토론 없이 만장일치로 '권고'를 의결했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JTBC 아역배우 성추행 자작극 장면 문제에 봉준호 감독이 언급된 사연 - 미디어오늘
- ‘기자실’에 갇힌 기자들을 풀어줘야 한다 - 미디어오늘
- 정청래, 국힘 불참 속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조속히 통과시키겠다” - 미디어오늘
- TBS 구성원, 논란의 ‘이강택 사퇴’ 카드 왜 꺼냈나 - 미디어오늘
- [영상] 우상호 “대통령이 당 대표 제거 기분 좋아 문자 보낼 정도로 한가한가” - 미디어오늘
- 류삼영 총경 조국 집회 참가 보도 사진 속 진짜 경찰관 “코미디” - 미디어오늘
-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석열 대통령 본심 딱 걸린 ‘내부총질’ 메시지 일파만파 - 미디어오늘
- 우영우 변호사에 '이상한' 수식어가 붙은 깊은 뜻 - 미디어오늘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마지막 기회’ 잡을 수 있나 - 미디어오늘
- [영상] 홍성국 의원, 대통령 문자 사진에 "국민 보기 두렵지 않나"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