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비판에 '자율방역' 가이드라인 내놓은 정부, 효과 있을까
현 방역정책이 ‘각자도생’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일상방역 지침을 발표했다. 공공기관·기업 등에 코로나19 의심증상시 휴가 보장을 적극 권고하고 재택근무 활성화를 홍보하는 등 여전히 개인과 기업의 자율에 기대는 식이다.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등 제도적인 지원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또다시 ‘자율방역’을 내세워 방역책임을 개인에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7일 질병관리청과 인사혁신처,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7개 부처로부터 보고받은 ‘부처별 일상 방역 생활화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0만285명으로 지난 4월20일(11만1291명) 이후 약 3개월 만에 다시10만명을 넘어섰다.
인사혁신처는 이날부터 8월말까지 ‘공직사회 코로나19 방역관리 강화 조치’를 시행한다. 각 기관은 출근한 공무원의 임상증상 유무를 매일 확인해야 하고, 장기출장이나 휴가에서 복귀하는 경우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고 출근하도록 권고한다. 각종 필수 행사나 회의는 비대면 방식을 우선 활용하되 불필요한 모임·회식은 축소하거나 자제한다. 또 재택근무나 휴가를 적극 실시하고, 출근·점심시간도 분산한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의심증상 시 유급휴가, 병가, 연차휴가, 가족돌봄휴가 등을 보장해줄 것을 각 사업장에 적극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가족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가족돌봄휴가(무급)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사용시 1일 5만원 최대 10일까지 한시 지원하고 있다. 또 재택근무 활성화를 위한 안내와 홍보도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부터 요양병원·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주 1회 PCR 검사를 의무화하고 대면 면회를 비접촉 면회로 전환하는 등 외부감염 선제 차단 조치에 나섰다. 먹는 치료제와 방역물품도 신속히 지원하고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요양시설에 방문하는 의료기동전담반도 8월 중 정신 요양 시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방학 중 학교·학원 방역 관리에 집중한다. 특히 학원은 원격교습 전환을 적극 권고하고,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학원 종사자나 원생의 등원 자제를 요청했다. 학원 주관으로 실시하는 단체활동 자제도 적극 권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장, 영화관, 노래연습장, 스포츠경기장 등에서의 생활방역수칙 준수를 독려하고, 실내체육시설 총 852개소에 대해 민·관 합동으로 안전점검과 물놀이형 유원시설 213개소의 전수점검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마트·백화점 등 유통업계와 협력해 방문객과 종사자에 대한 자율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한다. 고객과 접점에 있는 유통 종사자의 유증상 여부를 매일 확인하고 아프면 쉬는 근무환경을 조성한다. 또 시식·시음 코너를 운영하는 경우 매장 내 취식특별관리구역을 지정해 매일 소독·환기하고, 시식코너 간 3m 이상 거리를 둔다.
정부는 지난 13일과 20일 두 차례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강력한 거리두기 대신 ‘국민 참여형 거리두기’를 내세웠는데, 일각에선 개인 자율에만 기댄 흐릿한 방역정책이란 지적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온라인에선 정부 지침을 모르겠다며 각자도생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각자도생’이라는 비판에 새로 내놓은 부처별 가이드라인의 키워드도 ‘자율방역’이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8일만에 1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정부는 “현재 대응체계에서의 국민참여형 거리두기는 규제나 의무가 아닌 국민 스스로 실천하는 생활 속 방역수칙의 준수를 통해 일상방역의 생활화를 정착하고자 하는 거리두기 수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코로나19 자율방역 공감수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8.5%가 국민참여형 자율방역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주도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8.5%였다. 다만 연령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정부주도형 방역정책 강화를 선호했다. 정부는 이같은 결과를 들어 “기존의 전파 차단을 위한 규제에 의한 거리두기는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 개인과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부의 대책을 보면, 사업장에 유급휴가와 병가 등을 보장해줄 것을 ‘권고’하고 재택근무 활성화를 ‘안내·홍보’하는 수준에 그친다. 기업과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유인이 되는 유급휴가비나 생활지원비 확대는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재원이 한정돼 있어 불가피하게 (생활지원금과 유급휴가비 등) 제도 개편이 이뤄진 점은 유감”이라며 “유급휴가 지원 규모가 일부 축소가 되고는 있지만 현재 각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자체적인 연차휴가 제도나 병가제도를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감염이 됐을 때 자가격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기업의 자율에 기대는 것인데, 연차와 병가를 쉽게 쓸 수 없는 비정규직 등 일부 노동자는 아파도 쉴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한시적으로 도입돼 하루 5만원 지원되는 가족돌봄휴가비도 기존 일당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코로나19 때 여성 실업률이 높아진 게 가족 돌봄 부담이 커진 까닭인데 5만원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정부가 과학방역이라고 말했지만 개인에 방역을 떠넘기면서 국가 방역책임을 나몰라라 하는 것”이라며 “오늘 발표한 일상생활 방역조치도 그 연장선이지 나아간 정부의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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