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일선 경찰 의견 수렴 첫날부터 파행.."의미 없는 자리" 대전·충남경찰청 직협은 '보이콧' 결의

강정의 기자 2022. 7. 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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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들이 지난 25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으로 보낸 근조화환이 내려지지 못한 채 트럭에 실려 있는 모습. | 경향신문DB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확산하자 경찰청이 세종경찰청을 시작으로 3일 동안 간담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 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일선 경찰관들은 ‘보여주기 행정’이라며 간담회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내부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종경찰청은 27일 일선 경찰관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경찰국 신설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날 간담회는 세종경찰청이 의견 수렴 자리에 참석하기를 희망하는 경찰관들과 ‘경찰국 신설’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 그 결과를 경찰청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종경찰청은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세종경찰청 한 관계자는 “세종경찰청 직장협의회 대표를 비롯해 자리에 함께하기를 원하는 경찰관이 모여 경찰국 신설 제도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 받았다”면서도 “구체적인 의견 수렴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참석자가 10여 명에 그치는 등 일선 경찰관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간담회에 불참한 한 경찰관은 “경찰을 지켜야 할 행안부가 오히려 나서며 내부를 들쑤시고 있다”면서 “내부를 잘 알만한 지휘부조차 자제를 당부하면서 갈등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시·도 경찰청장 이상의 경찰 지휘부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집단행동금지라는 원칙론을 내세울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그 이유는 정권에 충성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게 아니라 (지휘부 자체적으로는) 힘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경찰청은 29일까지 전국 시도경찰청 주관 하에 경감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28일에는 광주·대전·울산·경기북부·충남·전북·전남·경북경찰청에서, 29일에는 서울·부산·대구·인천·경기남부·강원·충북·경남·제주경찰청에서 의견수렴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전경찰청과 충남경찰청 직장협의회는 28일 예정된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두 직협은 이미 국무회의 의결까지 끝난 상황에서 간담회 개최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양선 대전경찰청 직장협의회장은 “이미 국무회의까지 끝난 마당에 뒷풀이식으로 갈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이번 간담회 의견 수렴 내용이) 경찰청장 청문회 자료로 쓸(이용될)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견을 낸다고 해서 바뀌는 게 없고 오히려 설득하려는 자리로 여겨졌기 때문에 참석을 안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장선 충남경찰청 직장협의회장은 “정부에서 이미 관련 내용이 통과됐고 저희 의견이 새롭게 수정돼 반영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면서 “경찰청장 후보자가 형식적으로 현장의 의견을 물어보는 행사적 성격으로 귀한 시간을 소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선 경찰관들이 개최하려던 14만 경찰 전체회의는 철회됐지만 전국 지구대장·파출소장 회의는 강행될 여지는 남아 있다. 유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경감)이 전국 지구대장·파출소장 회의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 경감은 27일 오전에 올린 경찰 내부망 글에서 “전국 지구대장, 파출소장들도 팀장님들 회의에 참여하겠다고 이곳에 제안한 동료로서 30일 오후 2시 행사를 진행하겠다”며 “장소는 경찰인재개발원으로 국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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