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오수 전 회장 '주가 조작 혐의' 변호인, 사외이사로 선임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의 변호인이 도이치모터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도이치모터스는 권 전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돼 활동하던 검사 출신 A변호사를 지난 3월28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했다. A변호사는 이후 약 3개월간 변호인과 사외이사·감사위원 지위를 겸하다 이달 들어 법원에 변호인 사임계를 제출했다.
권 전 회장은 2009~2012년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됐다. 권 전 회장은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위법 여부 등을 견제·감시하기 위해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인사를 경영에 참여시킨다는 취지로 만든 제도인데, 대주주의 형사사건 변호에 참여한 변호사를 선임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감사위원회는 회계를 감독하고 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27일 “최대주주의 사건을 직접 담당한 변호사가 아니라 같은 로펌에 있더라도 독립성에 문제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해상충이나 독립성에 문제가 있는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선임 반대 사유가 된다”며 “이 경우(도이치모터스)에도 문제가 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재벌 대기업들이 수사와 재판에서 총수일가를 변호한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거수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도이치모터스 공시자료를 보면, A변호사는 “대주주 등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에 있어야 함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적법하고 윤리적이며 원칙을 준수하는 경영 활동을 하고자 한다”고 직무수행계획을 밝혔다. 이사회는 “대한민국 공직자 검사를 역임해 공정한 직무수행이 가능하고 윤리 책임성에 대한 인식이 높다”며 A변호사를 추천했다. A변호사는 통화에서 “(법원에) 사임계를 늦게 냈고, 재판에 참석을 안 하는 등 실질적으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만 밝히고 더 이상의 연락은 받지 않았다.
권 회장이 기소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관여 여부를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아직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 역할을 한 의혹을 받는다. 최근에는 권 전 회장 아들인 권혁민 대표이사가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식에 VIP 인사로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야권 일각에선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과거 정권부터 오래 수사해온 사안으로,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곧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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