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尹心' 확인한 이준석, 유승민 손 잡고 '제3의 길'?
"바른미래당 실패했던 李, 창당 감행 않을 것" 관측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오해의 소지 없이 명확하게 이해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7월27일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전날 나눈 이른바 '내부총질' 문자메시지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내부 분위기를 암시하는 글 하나를 남겼다.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
중징계 후 공개 발언을 삼가던 이 대표가 '저격'을 재개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하던 당 대표'라고 표현한 문자가 취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이로써 이 대표와 윤 대통령 간의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심(尹心)'을 잃은 이 대표가 '당 대표 재도전'이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저격에는 저격으로…'공격 본능' 살아난 李
7월26일 오후 4시경,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최된 대정부질문을 지켜보던 권성동 대행이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장면이 국회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후 동아일보는 오후 5시47분 단독기사로 해당 사진을 보도했다. 논란을 부른 건 권 대행이 아닌 윤 대통령의 메시지였다.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권 대행에게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논란은 빠르게 확산했다. 이른바 '윤심'(尹心)이 이 대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전 국민 앞에 공개된 셈이었다. 문자메시지가 공개된 지 약 50분 뒤인 오후 6시28분,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게시글의 주제는 문자메시지가 아니었다. 대신 이 대표는 자신이 방문 중인 울릉도 발전에 대한 의견을 적었다. 평소 '공격에는 공격'으로 맞대응했던 이 대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이 대표의 인내는 길지 않았다. 권 대행이 사과하고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뜻을 오해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히자, 이 대표의 태도가 급변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르다)'이란 사자성어를 인용한 글을 게시했다. 비공개 석상에서 자신을 비난한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을 동시에 저격한 셈이다. 이어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윤 대통령의 문자를) 정확히 이해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을 비꼰 것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는 '내부총질 문자' 보도를 접한 후 분노 대신 '어처구니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대신 이 대표를 따르는 지지자와 당내 청년 대변인 등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 대표 측 한 관계자는 "(문자메시지에 담긴 내용이) 놀랍지 않다. 반대로 (대통령이) 이 대표를 응원했다면 그게 더 반전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의중이 이렇다면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돕는 정치가 아닌) '자기 정치'를 해야할 명분만 더 명확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창당 명분 갖춰" vs "당 복귀 명분 커져"
과연 '윤심'을 잃은 이 대표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정치권의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이 대표의 당대표 복귀가 더 어려워졌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통령에게 '저격'을 당한 직후 집권여당 대표로 다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에 이 대표가 탈당이나 창당 등 '제3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윤(反尹)'과 보수 혁신을 고리 삼아 당내 소장파 의원 그룹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 원외 개혁보수 세력을 규합, 새로운 보수 정당을 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이 대표가 직접 선발한 국민의힘 청년 대변인단과 2030세대 젊은 당원들은 이 대표에게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부총질 문자' 사진을 올렸다. 게시글은 27일 14시 기준 1800개가 넘는 '좋아요'를 얻었다. 유 전 의원이 직접적인 비판 의견을 달지는 않았다. 다만 사실상 윤 대통령의 문자내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과 경기도지사 경선 등을 거치며 윤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졌다. 반면 바른정당 창당 멤버인 이 대표와는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7월1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국민 여론을 잡고 국민의힘에 대해 불만스럽게 (메시지 표출을) 하면서 어떤 것을 도모하지 않을까 본다"고 내다봤다. '총선 때 탈당이나 창당도 어쩌면 그림에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것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바른미래당의 '공중분해'를 경험한 이 대표가 다시 한 번 창당이란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침체된 상황에서 '반윤'이란 이미지가 되레 이 대표의 '몸값'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 대표가 '성 접대' 관련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게 되면 당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자기 정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준석 대표와 윤 대통령 간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문자가 공개됐다고 해서 당내 권력관계가 뒤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다만 ('윤심'이 떠났다는 게 공개된 이상) 집권 여당의 대표를 유지하면 당에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이 대표가 창당을 하는 건 더 어려울 것이다. 원외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 대표만 앞세워 총선에 나가는 건 위험한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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