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20비 여군 하사, 수첩에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우네"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2. 7. 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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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군인권센터, 고인 사망 1주일 지난 27일 기자회견 열고 관련 내용 공개
고 강 하사 다이어리에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운다, 죽고 싶다"
"군입대만 안 했어도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었다"
공군 수사단, 현장감식 끝나고 수사자료 가져간 뒤 유품 가져가려는 유족 저지
항의 끝에 협조하긴 했는데, 일일이 점거하고 '허가'
시신 부패 우려로 수도병원 옮길 때도 '부검부동의서' 서명 요구
군인권센터 "군에 협조만 해서는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판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강 하사 사망 사건 초동 브리핑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지난해 고 이예람 중사가 숨졌던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지난 19일 여군 부사관 한 명이 또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고인이 군 내 괴롭힘을 암시하는 내용을 다이어리에 남긴 사실이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공군 수사단은 현장감식이 끝난 뒤에도 자신들이 수사자료로 가져가지 않았던 강 하사 유품을 유족이 가져가려 하자 이를 막았고, 항의 끝에 협조하긴 했지만 이를 일일이 점검하고 허가해야 한다며 문제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한 사실도 파악됐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고 강모 하사의 관사 거실 바닥에서 펼쳐진 채 발견된 다이어리에 신변정리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여기에 따르면 숨진 강 하사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우네. 진짜 너무 화난다. 더 화나는 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서 날 더 힘들게 하는 거…"라며 "좌절감을 크게 맛봤다. 복구가 될까… 힘들다. 차라리 그냥 죽고 싶다.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은데…"와 같은 말을 남겼다.

또, "교육사(공군교육사령부) 체검(체력검사) 담당 중사 니가 뭔데, 앞뒤 안 따지고 만만해 보이는 하사 하나 붙잡아서 분풀이하는데 꼭 나중에 그대로 돌려받아라"처럼 누군가를 원망하는 말도 담겼다.

군에 들어온 일 자체를 후회하는 듯한 말도 담겼다. 강 하사는 "진짜 나는 군입대만 안 했어도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진짜 후회된다. 왜 그랬을까?"라며 "예전에는 안 좋은 일 생겨도 스펀지처럼 통통 잘 튕겨냈는데 요즘은 다 굳어버렸는지 뭐가 날아들면 다 깨져버린다"고 적기도 했다.

이같은 내용을 남긴 채 지난 19일 오전 8시쯤 고인이 출근하지 않자 동료가 숙소로 찾아갔고, 강 하사의 시신을 발견해 군사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오후에 검시와 함께 현장감식이 진행됐으며 군사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 등이 없고 방어흔 등이 없는 점으로 볼 때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없다고 추정했다.

공군 20전투비행단. 연합뉴스


그런데 공군 수사단은 수사자료 명목으로 전자기기와 다이어리 그리고 기타 유품 등을 수거해간 뒤인 7월 21일, 유족들이 현장에 있던 다른 유품을 수거해가려 하자 이를 저지했다고 한다. 다음 날인 22일 유족은 강 하사의 시신이 부패할 것을 우려해 냉동할 수 있는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기려 했는데, '타살혐의점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부검부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시신을 이동할 수 없다'고 저지했다. 결국 유가족은 여기에 서명을 하고서야 시신을 수도병원에 안치할 수 있었다.

군사경찰범죄수사규칙 56조는 "군사법경찰관은 변사체를 검시한 결과 사망의 원인이 범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히 인정되었을 때에는 군검사의 지휘를 받아 소지품 등과 같이 시체를 신속히 유족 등에게 인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공군 수사단이 "유족이 유품을 챙기는 과정에 입회하여 가져가려는 유품을 일일이 점검하고 내용을 검토하여 '허가'하는 등 권한을 넘어서는 행동을 했다"며 "감식이 마무리되고 현장에서 필요한 자료도 다 수거해간 상황에서, 추가로 수사에 필요한 증거물이 있다고 판단되면 군 수사기관이 오히려 유족에게 협조를 요청해 유품을 받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객이 전도된 상황은 법적 근거가 없는 군 수사기관의 월권이자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유족은 군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갖고 있는 상태이며 향후 공군 수사단, 검찰단 등이 강 하사의 죽음의 원인을 성실하고 면밀하게 수사해줄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며 "때문에 정밀감식, 전자기기 포렌식 등을 모두 군이 아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공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군사법원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 민간 수사기관(검경) 및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과 유족측 변호사, 시민단체(군인권센터) 관계자를 현장감식과 검시 전 과정에 참여시킨 가운데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군인권센터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이 제한된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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