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보고서 "中, 연준 직원 포섭해 기밀 정보 빼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의회에서 중국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직원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해 연준의 기밀 경제 정보를 빼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준과 중국 정부는 해당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상원 국토안보·정부업무 위원회 의원들은 26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연준 인력 포섭을 주장했다. 보고서를 주도한 공화당 의원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 2013년부터 연준이 보유한 미 경제 관련 민감 정보나 미 금융 체계 감독 현황, 금리 전망같은 정보를 얻으려 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해당 정보를 얻으려 회유와 협박을 병행했다. 앞서 중국은 2008년부터 선진 기술 흡수를 위해 해외 우수 과학자 1000명을 지원하는 ‘천인계획’ 사업을 시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천인계획을 활용해 연준 직원에게 접근하여 민감한 정보를 요구하고 대신 중국 대학 및 연구기관에 일자리나 연구 지원금 등을 약속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천인계획과 연관된 인물로 ‘Z’라고 명명된 알선책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Z는 과거 연준 혹은 연준 산하 연방은행에 일했던 인물이었으며 연준 내에서 정보원을 포섭했다. 조사에 의하면 ‘P-네트워크’로 알려지는 13명의 연준 관계자가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들은 연준 산하 12개 연방은행 가운데 8곳에서 근무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Z의 측근으로 알려진 연준 이코노미스트 1명이 이후 연준 규정 위반으로 해고되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실린 사례를 보면 P-네트워크에 속한 한 직원은 중국 인민은행과 연관된 중국 대학에 경제모델과 관련한 코드를 건넸다. 다른 직원은 중국 측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한 다음 연준의 방대한 자료를 외부 사이트로 전달하려고 최소 두 차례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골적인 협박도 있었다.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미국과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2019년에 상하이를 방문한 연준 경제학자를 4차례에 걸쳐 구금하고 협박했다. 당시 중국 공무원들은 연준 직원에게 민감한 미공개 경제 데이터를 공유하고 중국 고위 관료에게 관세 등 민감한 경제 문제를 조언해달라고 강요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민감한 정보가 실제로 유출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보고서에 언급된 연준 직원들 다섯 중 넷은 여전히 연준의 기밀정보 접근권을 가지고 있다며 “연준이 이러한 외부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서면으로 즉각 반발했다. 그는 위원회 공화당 의원에게 편지를 보내 보고서 저자들이 일부 연준 직원들을 부당하게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파월은 연준의 기밀 유지 절차에 대한 의심을 인정할 수 없다며 “우리는 정보 보안 정책에 대한 위반을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류펑위 주미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보고서에 대해 "냉전식 제로섬 사고방식"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경제, 금융, 기타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 간 협력은 개방적이고 공정하다. 미국은 양국 간 지역 및 비정부 차원의 교류를 방해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