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찍고 韓·日도..'인구 2.8억명' 인니 대통령의 거침없는 외교

임소연 기자 2022. 7. 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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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외교가 주목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날을 세우는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특이하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중재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실리를 위해 거침 없이, 동시에 절박하게 외교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6일 (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중→일→한' 동북아 순방
조코위 대통령은 26일부터 3일간 동북아 순방을 시작했다. 26일 중국 베이징을 직접 찾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는 27일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고, 28일 한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 조코위 대통령은 자국의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각국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7일 (현지시간) 도쿄 총리 관저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조코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중국을 찾은 첫 외국 정상이다.

시 주석은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발전 단계가 비슷하며 공동 이익은 서로 연결돼있다"고 말했고, 조코위 대통령도 "인도네시아와 중국은 포괄적·전략적 동반자로 운명공동체 건설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갖고 서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새로운 5개년(2022~2026) 실행 계획 수립을 가속화하고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인도네시아의 글로벌 해상거점 구상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갱신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와 중국 반둥을 잇는 고속철도 사업을 마무리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중국은 인도네시아로부터 팜유 수입을 100만 톤(t)으로 늘리고 농산물 수입을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코위 대통령은 11월 자국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시 주석을 공식 초청했다. G20은 미국을 주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모임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는데, 여기에 중국을 초대한 것이다. 중국 역시 G20과 G7을 비판해왔던 터라 실제 참석 여부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일단 조코위 대통령의 초청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주요 5대 기업인과 비공개 회동을 가질 계획이다. 기업과 투자 및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은 인도네시아 투자에 관심이 크다. 인니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과 채굴량이 전 세계 1위에, 팜오일 생산량도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우크라-러시아 사이 중재 외교
(키이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키이우를 방문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조코위 대통령이 발리 G20 회의에 초대한 건 시 주석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4월엔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초청했다. 6월엔 G7 회의에 참관국 자격으로 참석한 직후, 곧장 우크라 키이우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양국 정상을 만났다. 지정학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동남아 국가의 정상으로선 이례적인 행보다.

조코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를 분주히 오갔던 가장 큰 이유는 자국 내 식량 위기 해결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8000만의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인니 정부에 큰 과제다.

더군다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공급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우크라이나만도 10% 이상을 공급하는데 인니는 우크라이나 밀의 2대 수입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수입이 중단되면서 인니 일상 음식인 라면 가격 등이 크게 올랐다. 또 우크라와 러시아는 해바라기씨유 세계 수출량의 75%를 차지하는데, 이것도 공급이 막혀 팜유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 급등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내 식용유 위기도 일어났다.

6월 조코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질소, 인산, 칼륨 등 비료 공급을 약속 받았고, 회담 직후엔 안전한 곡물 운송을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이달 13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유엔과 흑해 봉쇄 해제를 위한 4자 협상을 했고, 곡물 수출에 합의했다.

인도네시아의 외교가 러시아-우크라 전쟁 종식과 관련해 큰 영향력을 발휘할 확률은 높지 않다. 또 자국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푸틴 대통령이나 시 주석을 초청한 것을 두고 서방이 불만을 표하며 보이콧할 가능성도 있다. 인니로선 이런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식량 인플레이션을 긴급하게 해결해야 했다는 분석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인플레이션이 조코위 대통령을 키이우와 모스크바로 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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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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