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방부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좌시하지 않을 것"..군사적 긴장감 고조
중국 국방부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미국 측에 비공개적으로 강력한 경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방부가 직접 나서 공개 경고를 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27일 중국 관영 CCTV 등에 따르면, 탄커페이(譚克非)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문답 형식의 성명을 통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과 관련해 “중국은 그동안 단호한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며 “중국군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탄 대변인은 또 성명에서 “만약 미국 측이 자기 고집대로 한다면 반드시 강력한 조치를 취해 외부 세력의 간섭과 대만 분열 도모를 좌절시키고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중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미 3인자의 대만 방문은 미·중 양국군의 관계에 매우 심각한 손상을 입히고 대만해협 정세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펠로시 의장이 다음달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처음 보도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중국이 비공개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불만과 엄중한 경고를 미국 정부에 전달하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다고 전한 바 있다. FT는 이를 토대로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막기 위해 전투기를 동원해 그가 탄 미 군용기를 가로막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외교부는 이 보도와 관련해 군사적 대응 가능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내용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측에 비공식적으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방부가 직접 공개적으로 군사적 대응을 시사함에 따라 대만해협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포스트 외교·안보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지난 23일 칼럼에서 미군이 펠로시 의장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그가 군용기를 이용해 대만을 방문하면 항공모함을 기동하거나 근접 공중 지원을 위해 전투기를 파견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실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중국 해군 전문가인 리제(李傑)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미군이 필요할 경우 펠로시를 호위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보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데 중국 역시 2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다”며 “양측이 모두 거대한 선박을 항로에 배치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군사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미국 내에서도 현재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놓고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신중론과 강경론이 엇갈리고 있다. CNN은 국가 안보 당국자들은 대만 방문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해 펠로시 의장을 설득하기 위해 조용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블룸버그통신에 “만약 누가 대만을 방문할 수 있고 없는지를 중국이 좌우하도록 허용한다면 우리는 이미 대만을 중국에 양도한 것”이라며 “그(펠로시)에게는 (대만을) 방문할 절대적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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