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면죄부·석유왕국 위상 급등'.. 사우디왕세자 자신만만 유럽행

정지혜 2022. 7. 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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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면죄부'를 손에 쥐고, 유럽 국가 순방에 나섰다.

크리스티안 울리히센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 연구원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유럽 방문에 대해 "카슈끄지 사건으로 인한 고립에서 나올 수 있는 매우 상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는 2018년 카슈끄지 암살 사건 때도 무함마드 왕세자 측을 거세게 밀어붙인 유럽 국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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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면죄부’를 손에 쥐고, 유럽 국가 순방에 나섰다. 2018년 10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첫 유럽 방문이라 주목된다.

사우디 왕실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26일(현지시간)부터 그리스와 프랑스 정상을 만나 상호 관계 강화 방안과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의제는 공개하지 않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줄곧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았고, 여전히 의혹을 털어냈다고는 보기 힘들다. 서방에서는 여전히 그가 암살을 지시했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지난 16일 바이든 대통령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사우디를 찾아 먼저 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 침해 문제에 휩싸인 무함마드 왕세자를 ‘왕따’로 만들겠다며 앞장서 압박해왔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국내 인플레이션 문제도 심각해지자 결국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석유 왕국’ 사우디의 협조가 절실해지면서다.

무함마드 왕세자로서는 서방의 중심국 미국 대통령의 자발적 방문이 ‘카슈끄지의 굴레’에서 공식적으로 벗어날 계기를 제공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찾은 지 열흘 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유럽행 전용기에 올랐다.

크리스티안 울리히센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 연구원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유럽 방문에 대해 “카슈끄지 사건으로 인한 고립에서 나올 수 있는 매우 상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인권 선진국’ 프랑스를 순방지로 택한 것도 의미가 남다르다. 프랑스는 2018년 카슈끄지 암살 사건 때도 무함마드 왕세자 측을 거세게 밀어붙인 유럽 국가 중 하나다. 반대로 사우디는 프랑스의 주력 산업인 무기, 에너지 분야의 가장 큰 고객에 속한다.

러시아에 맞서 서방 단일 대오를 유지해야 하는 EU의 중심국 프랑스는 미국과도 화해한 무함마드 왕세자를 홀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한편 사우디는 전 세계가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고유가 덕분에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9.9% 성장했다. 1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도 사우디의 위상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러시아가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꺼내들며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타격을 입은 유럽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가 산유량을 늘리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사우디는 바이든 대통령의 증산 요구에도 냉랭하게 반응하며 몸값을 부쩍 올리는 중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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