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심은 악성코드에 뚫린 '시험 출제자 노트북'

강민혜 2022. 7. 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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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으로 시험 문제 빼돌려
철저한 침입 계획
쓰레기 버려 적발

26일 오후 광주 서구 대동고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2022.07.26 연합뉴스

고등학교 2학년생들이 해킹으로 내신 시험 문제를 빼돌린 사건이 발생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고등학생들에게 학교 측 보안은 허무하게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7일 수사 진행 상황을 일부 공개했다.

2학년 동급생인 A군과 B군이 교사 노트북에서 시험문제와 답을 빼낼 생각을 한 것은 지난 1월이다.

노트북에 몰래 심어 놓으면 내부 정보를 빼낼 수 있는 악성코드가 있다고 공유한 이들은 시험 문답을 빼내기로 마음먹고 계획을 세웠다.

프로그래밍에 능한 A군이 학교에서 배운 코딩이나 인터넷에서 배운 해킹 수법으로 악성코드를 편집했다.

몰래 노트북에 설치하면 주기적으로 화면을 캡처해 저장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 성공한 A군과 B군은 이 악성코드를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교사 노트북에 미리 설치하려고 마음먹었다.

● 잠금해제된 창문으로 침입

일단 학교 내 보안시설을 피해 교사들의 노트북이 있는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야 했다.

학내에 설치된 CCTV는 교무실을 비추지 않고 있었고, 사설 보안업체 경보시설도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아이들이 몰래 침입해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들은 교사들이 퇴근한 심야 시간대 잠금장치가 해제된 창문으로 교무실에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무실 창문도 제대로 잠겨 있지 않아 학생들은 4층 난간을 타거나, 지상에서 배수관을 잡고 올라 4층과 2층에 각각 위치한 교무실에 진입할 수 있었다.

● 고등학생 해킹에 뚫린 전산 보안

전산 보안도 고등학생 해킹 실력에 간단히 뚫렸다.

교사들은 시험 출제 기간 노트북 화면을 지속해서 캡처해 저장하는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음에도 알아채지 못했다.

시험 출제가 끝나면 학생들은 다시 교무실에 침입해 USB에 노트북 깊숙한 곳에 저장된 시험 문제 출제 화면 캡처 파일을 빼내고, 악성파일도 흔적 없이 지우고 나왔다.

학사일정도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A군과 B군은 교사들이 시험문제 제출 마감 시기를 정확히 미리 알고, 시험 출제 기한 전 악성코드를 심었고 출제가 끝나면 파일을 수거했다.

26일 오후 시험지 유출이 있었던 광주 서구 대동고의 모습이다. 2022.07.26 연합뉴스

● 답 적은 쪽지 발견돼 덜미

A군과 B군의 범행은 허술하게 시험을 치르다가 적발됐다.

답을 다 외우지 못한 B군이 정답을 쪽지에 적어가 시험을 치르고 쓰레기통에 답이 적힌 쪽지를 찢어 버렸다가 이를 본 같은 반 친구의 의심을 받아 전말이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11∼13일 치러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때 문제 또는 답안 일부가 A군 등 특정 학생에게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는 학교 측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 범행 학생 두 명, 퇴학 가능성

이날 시 교육청에 따르면 대동고는 조만간 학생 생활 규정에 따라 생활교육위원회를 열어 해당 학생들에 대한 퇴학, 전학 등 징계를 결정한다.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들의 노트북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해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낸 학생들에게 퇴학 조치를 할 것으로 시 교육청은 보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범죄행위가 심각해 퇴학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해당 학생이 학교 징계에 불복해 시 교육청에 재심을 청구하는 절차가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퇴학이 결정되면 해당 학생들은 최종 학력이 중졸이 되고, 대학에 진학하려면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 합격해야 한다.

● “0점 처리하면 다른 학생에게 피해 안 가”

학교 측은 재시험은 치르지 않을 계획이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범행을 저지른 2학년 학생 2명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해당 과목 점수를 0점 처리하면 다른 학생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재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간고사 성적이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탑재돼 있긴 하지만, 1학기 성적은 중간고사 성적, 기말고사 성적, 지필평가가 반영돼 등급이 매겨져 대입 전형에 활용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된다”며 “이번 사건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선의의 피해를 보는 학생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6일 오후 광주 서구 대동고등학교 본관 4층 2학년 교무실이 잠겨있다. 대동고에서는 지난달 말 교내 재학생 A(17)군 등 2명이 2학년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들의 노트북에 악성코드를 심는 방식으로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렸다. 2022.07.26 뉴시스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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