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렸더니 매출이 늘었네"..흔들리는 인플레 정점론

"소비력 아직 괜찮다"는 판단에 판매가에 비용 전가하는 기업들.."저가품 소비 줄어들면 침체 신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자국 경제를 강타한 역대급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이미 정점에 도달했고, 시장이 우려하는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대형 소비재 업체들이 늘어난 비용 부담에 제품 가격 상승으로 대응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상승 압박은 여전히 크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카콜라, 킴벌리클라크, 유니레버 등 글로벌 대형 소비재 업체들이 앞으로도 제품 가격 상승으로 비용 증가 부담을 해결할 것이라며 "대형 브랜드 제품 가격이 내려갈 거란 기대는 접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소비재 업체의 계속된 가격 인상 예고에 정부가 주장하는 인플레이션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고,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자들의 고충이 심화할 거란 것이다.

다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에게 인플레이션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이 결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경고도 나온다. 물가가 뛰어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줄어들고 경기침체 우려도 존재하는 만큼,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간 기업의 매출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미국의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5.7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자들의 경제 전망을 수치화한 것이다. 린 프랑코 콘퍼런스보드 수석 이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소비자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휘발유와 식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를 계속 압박한다"며 "물가상승과 추가 금리 인상이 소비자 지출과 경제 성장에 강한 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이날 소비자들의 소비방식 변화로 올해 영업이익이 11~13% 줄어들 수 있다고 실적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이 여파로 미 뉴욕증시에서 월마트 주가는 7.61% 급락했다.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한 미국 소비자신뢰지수(CCI) 추이 /사진=콘퍼런스보드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대형 소비재 업체들은 당분간 가격 인상 방침을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경기침체기에 돌입하지 않았고, 팬데믹 이후 폭발한 소비력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전례 없는 비용 환경'을 경고하며 올해 2분기 자사 제품의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1.2% 상승했다며 추가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엘런 조프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시기에 진입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접어들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올 하반기에 인플레이션 정점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멕시코음식 체인점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은 가격 인상 속에 올 2분기 매출이 17% 증가했다며 오는 8월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도 올해 자사 브랜드 루이뷔통의 제품 가격을 올렸으나 소비자들의 반발은 없었고,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반면 제임스 퀀시 코카콜라 CEO는 "소비자가 사치품에서 시작해 (필수 소비재와 같은) 저가품 구매를 자제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이런 양상이 나타났다"며 경기침체 진입 가능성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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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