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관광객 잡아라" 제주항공·티웨이 가세로 뜨거워진 '몽골 하늘길 쟁탈전'

박지연 2022. 7. 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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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티웨이 올여름 사상 처음 몽골 취항
기존 대한항공·아시아나 포함 4파전 치열 
성수기 맞아 몽골 노선 3700석→5000석 늘어나
코로나19 재확산에 몽골 찾는 여행 수요 증가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 선택지 좁아진 점도 영향
몽골의 초원. 게티이미지뱅크

하늘길은 열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여행을 망설이게 되는 요즘,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잘 나는 노선이 있다. 바로 '인천~몽골 울란바토르'이다. 30년 가까이 대형 항공사 여객기를 타야만 갈 수 있었던 이 노선은 올여름 저비용항공사(LCC)가 합류하며 휴가철 인기 노선으로 떠올랐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규 취항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7월 몽골노선 탑승률 및 예약률은 80%를 뛰어넘었다. 이달 6일 취항한 티웨이항공의 울란바토르 노선 첫 탑승률은 95.4%,제주항공의 같은 노선 탑승률은 80%를 웃돌았다.

올여름 몽골 노선이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요인은 공급석 확대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에 운수권을 배분하면서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운항하던 울란바토르 하늘길을 총 4개 국내 항공사가 오가게 됐다.

실제 LCC의 합류로 몽골행 좌석 수는 크게 늘었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2019년 8월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울란바토르 주간 편도 공급석은 총 3,735석이었다. 그런데 두 LCC가 이 노선에 뛰어들면서 2022년 8월 기준 인천~울란바토르 편도 공급석은 주간 총 1,289석(34.5%) 늘어난 5,024편으로 확대됐다.


신규 취항 LCC, '가성비' 마케팅…팬데믹 덕에 '한적한 여행지' 인기

국내 항공사들의 인천~울란바토르 편도 노선 주간 공급석 수 그래픽=김대훈 기자

새로 합류한 LCC가 최저가를 내세우며 항공권 프로모션을 펴는 점도 여행수요를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티웨이항공은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이코노미 항공권을 최저 17만2,100원(편도 기준)에, 비즈니스 항공권을 최저 62만2,1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내달 1일부터 9월 29일까지 탑승 가능한 편도 항공권을 17만200원부터 판매하고 이달 27일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국토부가 여름철 성수기인 6~9월 제한적으로 LCC에 몽골 노선 운수권을 배분한 점도 영향을 줬다. 운수권 배분 직후 예약까지 걸리는 이른바 '리드타임'이 길지 않았음에도 몽골 여행 성수기와 여름휴가철이 겹쳐 코로나19로 억눌린 여행 수요가 몰렸다는 것이다. 울란바토르에서 현지 여행사를 운영 중인 A씨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몽골은 5월 중순부터 9월 중순이 성수기로 꼽힌다"며 "여행사 동향을 보면 8월에는 관광객이 더 많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여행을 하려는 이들이 인구 밀집도가 높은 다른 나라 대도시보다는 한적한 곳을 선호하는 점도 몽골이 각광 받는 이유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최근 '안전'이 새로운 여행 키워드가 되면서 덜 붐비는 몽골이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몽골을 찾는 여행객이 늘자 여행 상품 수도 50%나 늘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여행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줄면서 몽골 등 인기 있는 지역 상품을 다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①테렐지국립공원 코스와 ②미니 고비사막으로 불리는 '바얀 고비' ③대자연을 체험하는 트레킹코스 등 기존 3가지 코스에서 최근 ④남고비사막 코스가 추가됐고, 여기에 항공과 숙소만 제공하는 △에어텔 상품과 △골프 상품, △프리미엄 패키지인 시그니처 상품이추가되는 등 상품 수가 50% 늘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봉쇄정책, 러시아-우크라戰 등 변수도

티웨이항공이 유튜브 채널 '티타남'과 컬래버한 몽골 노선 등 티웨이항공 노선 홍보 영상. 티타남은 에버랜드 직원들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유튜브 티타남 캡처

이 밖에 각국의 코로나19 봉쇄정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동남아 여행의 선택지가 줄어든 점도 몽골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게 한 요인이다. A씨는 "러시아 바이칼이나 중국 등 여름에 찾는 아시아 여행지가 막히니 여행 수요가 몽골로 몰리고 있다"며 "항공권이 다소 비싸도 3시간가량 걸리는 단거리 노선이라 인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행사들은 과거 유럽으로 향했던 2030세대가 몽골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통상 몽골 패키지 상품은 5060세대가 많이 찾는데 올여름 몽골을 여행하는 고객 중 MZ세대 비중이 높아졌다"며 "여름철 휴가 수요가 꽤 쏠린 편"이라고 설명했다. 몽골 정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난달 1일부터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 귀국 시에만 신속항원검사나 PCR검사를 하면 되는 점도 매력 요인이다.


여전한 '가격허들' 아쉬워…"괌·사이판처럼, 노선활성화 시너지 기대"

국내 항공사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7월 공시 운임 비교. 그래픽=김대훈 기자

다만 수요가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높은 항공권 가격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한국일보가 이달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의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공시운임'을 비교한 결과, 4개 항공사의 일반 운임과 유류할증료, 공항이용료 등 세금을 모두 합한 총운임은 100만3,600~113만6,200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여행사들은 "LCC 합류 후 항공료가 20% 이상 저렴해졌다"면서도 "성수기에다 유류할증료가 오르면서 체감 가격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항공사들은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여간 좌석 제한에 따라 70% 미만으로 운항한 데다 고객들도 여행을 자제해 이제야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출 수 있다"며 "LCC가 합류했지만 당장은 가격이 높아도 수요가 많아 프로모션 없이는 총운임이 대폭 내려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CC업계는 몽골 노선과 관련해 싼 항공사들 간 경쟁으로 차츰 '가격 허들'이 낮아지면 결국 몽골노선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 항공사가 독점했던 괌과 사이판은 과거 '비싼 신혼여행지'로 꼽혔지만, LCC 합류 이후 비용이 낮아져 이제는 '가족 여행지'로 꼽히게 된 게 대표 사례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좌석을 공급하고 가격 허들을 낮춰 해당 노선의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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