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8월 말 극동에서 대규모 군사훈련 실시..중국 참여 촉각
북·중·러 전략적 협력 본격화할 수도
러시아가 다음달 말부터 극동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훈련에 참여할 경우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26일(현지시간) 오는 8월 30일부터 9월5일까지 러시아군 참모총장의 지휘하에 동부군관구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인 ‘보스토크(동부) 2022’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훈련에는 동부군관구 직속 공수부대와 장거리 항공부대, 러시아 해군의 태평양 함대 등과 외국군이 참여한다. 정확한 훈련 규모와 참가국은 밝히지 않았다. ‘보스토크’ 훈련은 4년에 한 번 실시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군대는 러시아군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훈련부대에는 충분한 무기와 지원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러제재로 러시아와 서방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정례적 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러시아의 군사력이 건재하다는 선전 효과가 될 수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국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 훈련 장소도 상징적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러시아와 일본이 분쟁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해당하는 이투루프섬과 쿠나시르섬도 훈련 예정 지역에 포함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러시아 국방부는 2018년 훈련 계획을 발표할 때 쿠릴열도는 훈련 지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명시적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 30만명이 투입돼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실시된 ‘보스토크 2018’ 훈련에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군 3200명도 참여했다.
중국이 이번에도 합동 훈련에 참여할지 관심이 쏠린다. 중·러는 지난해 중국 닝샤후이족(寧夏回族)자치구 칭퉁샤(靑銅峽) 전술훈련기지에서도 합동훈련을 하며 공조를 과시했다. 하지만 중국 내륙을 훈련 장소로 택해 미국을 직접 자극하는 것은 피했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장악으로 중앙아시아 정세가 불안정해졌다는 점에 더해, 당시만 해도 미·중 대립보다 미·러 대립의 수위가 높지 않았던 점도 이유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확대가 맞물리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이 대러제재에 참여한 이후 쿠릴열도에서 군사훈련을 잇달아 실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4월 이투루프섬과 쿠나시르섬에서 1000명 규모의 군사훈련을 벌였고, 6월 쿠나시르섬에서 로켓탄 발사 훈련을 했다. 중국까지 참여한 대규모 군사훈련이 쿠릴열도에서 벌어진다면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은 한층 더 높아진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최근 ‘신전략개념 2022’를 발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을 위협으로 규정한 것에 상응해 러시아는 이번 훈련의 정치·군사적 의미를 더욱 부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훈련 기간 북한이 7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한다면 북·중·러의 전략적 연대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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