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배워도 알아요"..흉부 엑스선 족집게 판독하는 '똑똑한 인공지능' 개발
사람이 일일이 판독법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흉부 엑스(X)선 사진을 보는 능력을 스스로 향상시키는 새로운 의료 인공지능(AI)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결핵이나 기흉, 코로나19 같은 폐 질환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예종철 카이스트(KAIST) 교수팀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충남대병원, 영남대병원, 경북대병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흉부 엑스선 영상의 판독 능력을 스스로 키울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에 실렸다.
현재도 병원에선 AI를 흉부 엑스선을 판독하는 데 사용한다. 지금 쓰는 AI는 이른바 ‘지도학습 방식’으로 작동한다. 영상전문의 등 의사가 일일이 흉부 엑스선 사진마다 ‘라벨(꼬리표)’을 붙여 특정 엑스선 사진이 어떤 병에 걸린 상황인지를 정리해 AI에 제공해야 한다.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이다.
새 옷에 붙어 있는 꼬리표를 보면 직물 재질과 세탁 방식 등을 소비자가 알 수 있듯이 엑스선 사진마다 꼬리표를 붙여 어떤 질병에 걸린 모습인지를 AI에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흉부 엑스선 사진에 꼬리표를 붙여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뒤 AI를 작동시키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이렇게 작동하는 AI는 의료 여건이 좋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선 특히 쓰기가 어렵다. 엑스선 영상을 판독해 꼬리표를 붙일 의사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의사마다 견해나 기량이 다른 것도 문제다. 같은 흉부 엑스선 사진을 보고도 서로 다른 병명을 적은 꼬리표를 붙일 수 있다.
연구진은 흉부 엑스선 판독용 AI의 운용방식을 변경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AI를 ‘교사’와 ‘학생’의 역할로 이분화한 것이다. 기술적인 수준을 높인 교사 AI에 적은 수의 흉부 엑스선 사진을 제공해 판독법을 알려준 뒤 스스로 공부하게끔 했다. 흉부 엑스선 사진에 꼬리표가 없어도 알아서 판독할 수 있는 높은 실력을 기르게 한 것이다.
그 뒤 교사 AI가 학생 AI에 흉부 엑스선 사진의 판독 노하우를 전수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영상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해 병원이나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이런 작동방식을 통해 사람이 일일이 흉부 엑스선 사진에 꼬리표를 붙이지 않고도 AI가 알아서 돌아가며 능력을 키우도록 했다. 또 같은 엑스선 사진을 보고도 의사들 간에 서로 다른 꼬리표를 붙여서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혼란이 생길 우려도 해소했다.
예 교수는 “흉부 엑스선 사진에 꼬리표를 붙이는 비용과 수고를 줄이면서도 기존 AI의 성능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이 기술이 다양한 양식의 영상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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